(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극장가 대목인 설 연휴를 앞두고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감독들이 처음으로 격돌, 관심을 끌고 있다.
2004년 '실미도'(1천108만명)로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처음으로 돌파한 강우석 감독과 '왕의 남자'로 2005년 1천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이 주인공이다.
강우석 감독은 20일 개봉한 '글러브'로 먼저 바람몰이에 나섰고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도전기를 감동적으로 그렸고 '평양성'은 고구려와 나당연합군의 전쟁을 이 감독 특유의 풍자로 표현한 작품으로 설 연휴에 가족 관객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 감독과 이 감독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사이라서 이번 대결은 더욱 흥미롭다.
1989년 이 감독이 대표로 있던 광고 회사에 강 감독이 자신의 영화 광고를 맡기면서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 강 감독의 설명이다.
1959년생인 이 감독이 한 살 많지만 둘은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 시나리오를 서로 보여주며 상대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함께 바둑을 두는 돈독한 사이로 이 감독의 표현으로는 "영화계의 중견이 된 동지"다.
이 감독은 '왕의 남자'가 히트하기 전 영화사를 운영하다 빚 때문에 허덕일 때 강 감독이 돈을 빌려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감독이 연출한 '황산벌'과 '왕의 남자'에 강 감독이 투자했으며 이 감독은 영화를 크게 성공시키면서 강 감독에게 투자 수익을 안겨줬다.
'글러브'는 애초 '평양성'과 같은 20일로 개봉일을 잡았으나 한 주 앞당겼다.
강우석 감독은 "같은 날 붙는 건 되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일주일 떨어뜨리긴 했는데 서로 상처줄까 봐 걱정"이라면서 "둘 다 잘돼서 '윈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관객에게 선의의 경쟁을 보여주는 것은 멋진 일"이라면서 "이십몇 년을 충무로에서 종사한 친구들끼리 같은 극장에서 딱 붙어 있으면 얼마나 멋있느냐. 특히 천만 감독끼리는 여태 붙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자신과 강 감독의 대결을 관객 수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경제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천박한 방식"이라면서 "(다른 영화와 경쟁한다기보다는) 자기의 이야기를 놓고 관객과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봉을 앞두고 두 사람은 서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심전심'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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