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원제: Tangled)은 아름다운 공주와 미천한 도둑의 사랑이야기다. 결말이 눈에 보이는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디즈니의 히트작 '인어공주'(1989)나 '미녀와 야수'(1991)도 결국 뻔한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픽사의 총책임자인 존 라세터가 책임 프로듀서로 나선 '라푼젤'은 뻔한 이야기를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 미끈한 스토리로 채운 고전적인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상처를 낫게 하고 젊음을 유지해주는 신비한 금발을 지닌 채 태어난 왕국의 공주 라푼젤. 하지만 영생을 원하는 마녀에게 어린 시절 납치당해 탑 속에 갇힌 비운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 앞에 어느 날 왕관을 훔친 도적 라이더가 나타난다. 라푼젤은 방심하고 있던 라이더를 한방에 때려눕힌 후 전등 축제가 열리는 왕궁까지 길 안내를 해주면 왕관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라푼젤과 라이더는 온갖 위기를 겪으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하지만 라푼젤의 탈출소식을 안 마녀는 라푼젤을 되찾아오기 위해 치밀한 음모를 진행하면서 라푼젤과 라이더 앞에는 짙은 암운이 드리운다.
뻔한 이야기에 '재미'라는 살을 입히는 디즈니의 능력이 돋보인다. 특히 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두드러진다. 라푼젤이 키우는 카멜레온 파스칼의 눈이 조금씩 커질 때 음악도 천천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데, 이는 관객들의 감정마저 한껏 끌어올릴 듯하다. 장면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린 예다.
언더 더 씨(Under the sea), 파트 어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의 '인어공주'나 뷰티 앤 더 비스트(Beauty and the beast)의 '미녀와 야수'처럼 친숙한 멜로디로 이뤄진 '라푼젤'의 노래들은 귀에 익숙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하다.
3D 효과도 매혹적이다. 특히 라푼젤과 라이더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등(燈) 장면은 근래 나온 3D 애니메이션 가운데 3D 효과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수천개의 등사이로 등 하나가 관객들의 눈앞까지 다가왔다가 홀연히 사라질 때의 원근감이 대단히 섬세하게 표현됐다. 무려 21m에 이르는 라푼젤의 금발이 찰랑거릴 때 삼단 같은 머릿결의 움직임도 정교하다.
영화는 라푼젤의 성장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라푼젤의 눈은 거친 세상과 다양한 인생들을 목도하면서 맑고 지혜로운 눈으로 변모해 간다.
왕실 경비대의 경비마 '맥시머스', 라푼젤과 동고동락했던 카멜레온 '파스칼' 등 동물캐릭터의 움직임도 재미를 준다. 성인관객들이 보기에도 무리 없을 만큼 영화는 볼거리로 풍성하다.
애니메이션 '볼트'(2008)에서 감독과 작가로 호흡을 맞췄던 바이런 하워드와 네이든 그레노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제작비가 2억6천만달러에 이르는 '라푼젤'은 개봉 당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를 따돌리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월10일 개봉. 전체관람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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