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이전에도 여러 차례 초청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바쁜 일이 있어서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했어요. 비공식적으로는 광고 촬영이나 영화 장소 헌팅때문에 몇 번 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오게 돼 기뻐요. 아시아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굉장히 유명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화제에도 참석하고 싶어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궁리(鞏悧)가 20년 넘은 활동 중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상하이'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궁리가 24일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이 연출한 영화 '상하이'는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기 직전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운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미국 정보요원 폴(존 쿠삭)이 절친한 동료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궁리는 마피아 보스 앤소니(저우룬파.周潤發)의 아내로 일본을 상대로 한 저항군으로 활동하는 애나 역을 맡았다.
궁리는 "외국의 시각에서 중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그리면서 전란기의 음모와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서 "애나는 일본군에 저항하던 아버지가 살해당한 것을 알고 중국에 돌아와 아버지의 의지를 받들어 지하 저항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당시 외국에서 공부하다 돌아와 저항군으로 활동한 중국 여성이 많았다"면서 "신비롭고 지혜롭고 강인한 여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저우룬파와는 '황후花'에서, 와타나베 겐과는 '게이샤의 추억'에서 같이 연기했지만 존 쿠삭과 함께 출연한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전쟁 발발 직후 상하이를 빠져나가는 마지막 장면을 들었다.
"상하이를 나가면서 저는 돌아와서 제가 할 일을 할 거라고 말해요. 감독에게 제가 영화에서 죽으면 안 되고 다시 돌아와서 뭔가 해야 한다고 했죠. 그 대사를 할 때 감동적이었고 민족의식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역사물을 주로 했다는 지적에는 "중요한 건 시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작품이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소재와 인물이 좋으면 선택하는데 현대물 제의도 많았지만, 인물이 단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 것 같은 경우가 많았다. 곧 중국에서 젊은이들이 좋아할 소재의 현대극이 개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배우로 살아온 데 대한 소감도 털어놨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제가 선택했어요. 싫어한 것은 하지 않았죠. 성공한 영화도 있고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있지만 다 제가 좋아서 한 겁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고요."
궁리는 '게이샤의 추억' '마이애미 바이스' 등 할리우드에서도 여러 작품을 찍었다.
그는 "배우는 어느 한 곳에서가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면서 "할리우드 영화를 너덧 편 찍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시각이 넓어졌다. 그런 것을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배우들을 포함한 아시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는데 축하할 일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붉은 수수밭' '홍등' '귀주 이야기'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지만, 세월이 비켜간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외모와 몸매 관리의 비결을 묻자 특별한 방법은 없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배우들은 프로듀서나 연출도 하는데 저는 배우로 시작해 배우라는 직업 하나만 잘하려고 노력하죠. 한 일에만 몰입해서 지금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거침없이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궁리는 이날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리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들을 만나고 25일 오전 출국한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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