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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가상인터뷰] 한국에 왔으면 호강하고 살았을 텐데
김도훈 2011-01-19

<아메리칸>의 아메리칸

-양키 고 홈. =뭐라고요?

-…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왜요?

-숨어서 조용히 살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까 말까 한 사람이 괜히 이탈리아 시골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다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캐삽질을 하니까 그렇죠. 뭔 프로페셔널 무기제조업자 겸 살인청부업자가 그 모양이래요? =혼자 살다보면 좀 외로울 때도 있고, 사람 냄새도 그립고, 그래서 그랬습니다.

-어유. 전형적인 어메뤼컨. =저는 어메뤼컨이 아니라 아메리칸입니다만. 영화 제목이 <아메리칸>이잖아요.

-어머. 한국에서 아메리칸이라고 발음하면 무식하다고 욕들어요. 여기는 파고다 발음이라는 우리 고유의 끝내주는 혀굴림 발음이 스탠더드거든요. 오렌지는 꼭 아륀지라고 해야 합니다. =왜 그런 발음을… 기자님은 영국에 산 적이 있다면서요?

-제가 거기서 영어를 잘못 배워와가지고 고생이 많습니다. 거기는 머대눠를 머대눠라고 하지 않고 무식하게 영어도 못배워먹은 한국 사람들처럼 마돈나라고 발음합디다. 바이롸민도 바이롸민이라고 하지 않고 무식하게 비타민이라고 발음하더군요. 토메이로를 토메이로라고 안 하고 토마토라고 발음하는 걸 들었을 땐 정말 기겁하는 줄 알았습니다. 무식한 영국인들은 정말 영어도 제대로 못 배워먹었나봐요. 한국 사람들보다 발음이 안 좋아요 어떻게…. =영어는 영국에서 나온 언어지요….

-뭐 아무튼 말입니다. 이탈리아로 굳이 간 이유는 뭔가요? 가만 생각해보면 말이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 사람밖에 없는 마을이니 오히려 신분도 노출되기 쉽고. 그토록 조심스럽게 살아온 킬러가 거주할 만한 곳은 아니잖아요? =이탈리아니까요.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프랑스는 무대로 못해요. 텍사스에 사는 아메리칸들은 조지 부시 시절 이후 프랑스가 그 옛날 소비에트 연방에 맞먹는 적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메리칸 관객이 유럽 대륙에서 아는 나라라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정도밖에 없으니까. 할 수 없죠 뭐. 무대를 이탈리아로 설정하는 수밖에.

-근데 무대를 스페인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파스타나 피자처럼 익숙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들어가야 미국 관객은 ‘본고장 이탈리아 음식이구나’ 하면서 감탄을 하거든요. 스페인 요리인 파에야 뭐 이런 건 관객이 잘 몰라요. 그게 먹는 건지 뭔지.

-그나저나 조지 클루니씨. 다음엔 제임스 본드 역할 한번 해보는 게 어때요. 총 들고 달리는 모습이 꽤 어울리드만. =무슨 소리십니까. 이건 ‘가상 인터뷰’고 저는 <아메리칸>의 캐릭터인 아메리칸으로서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가 아니에요.

-에이. 조지 클루니는 무슨 역할을 맡아도 걍 조지 클루니예요.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조지 클루니가 로버트 드 니로도 아닌데다가 메소드 액팅 같은 거야 이미 한물간 지 오래고. 어쨌거나 스타파워가 있다는 증거잖아요. =그렇거나 말거나 제가 제임스 본드 역을 어떻게 맡습니까. 가오가 있지. -어머. 다음 007 영화의 감독이 샘 멘데스라는 거 모르세요? 그것도 싫으시면 스티븐 소더버그 꾀어 007 영화 한편 만들어보라고 시키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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