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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고참 변기수 "라디오에선 신인">
2011-01-16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 "라디오 DJ요?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DJ변' 개그맨 변기수가 올해부터 진짜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KBS 2FM(89.1MHz)'변기수의 미스터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변기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시 신인이 된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개그가 많은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면 라디오 DJ는 한 사람을 위해서 이야기하듯이 해야 하잖아요. 개그할 때 톤이랑 달라서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라 부담이 큰데 설상가상으로 변변한 대본조차 없다고 한다.

"2시간짜리 프로인데 대본이 3~4장밖에 안되요. 오프닝과 마무리 멘트 빼면 대본이 거의 없는 셈이에요. 청취자들 신청곡과 사연 위주로 진행하는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래를 끊지 않아요. 하면서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PD님께 욕도 많이 먹고요.(웃음)"

그러면서 그는 "'DJ변'처럼 사운드 볼륨을 직접 올리고 내리면서 진행한다"며 뿌듯해했다.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는 그는 "얼마전 동료 개그맨 변승윤과 변투를 하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했다"며 능청스레 말했다. 동시간대 프로인 SBS '두시탈출 컬투쇼'를 대놓고 패러디한 아이디어인데도 "타방송도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변기수는 라디오에서는 신인 DJ지만 '개그콘서트'에서는 최고참 중 한 명이다. 현재 출연자 중 김준호, 김대희, 정명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의 후배들이다.

'개그콘서트' 11년 역사에서 6년을 함께 했다. 2004년부터 2~3개월 제외하고 매주 녹화장을 찾았다.

라디오 스튜디오는 오랫동안 서왔던 '개그콘서트' 무대와 달랐다.

"바로바로 반응이 안와서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개그맨들은 무대 위에서 관객의 표정을 보고 반응을 알 수 있는데 이건 내가 말을 했는데 웃겼나 긴가민가 하거든요. 그래서 조급함이 있었는데 이제 편안하게 하려고요."

경쟁이 치열한 '개그콘서트'에서 장수하는 비결을 물으니 아이디어라는 답을 내놨다.

"아이디어를 챙겨놓고 사는 사람은 없어요. 모든 개그맨들은 코너가 인기를 얻더라도 4~5개월이 지나면 뭐해야지 하고 고민해요. 전 다행히 돌아다니다 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찾는 편이에요."

'개그콘서트' 코너 '못 말리는 면접관'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이 코너에서 볼품없는 외모의 응시자에게 가차없이 '탈락'을 외치는 면접관을 연기한다.

"짜 놓은 지 6~7년 된 코너에요. 원래 개그우먼 김현숙 씨가 상대역이었어요. 대학교 공연할 때 김현숙 씨한테 무조건 '탈락' '탈락' 외치는 캐릭터였죠. 그러다 불현듯 청년실업도 심각한데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어요."

그는 "대박 코너는 아니지만 중간 이상은 한다"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나중에 시청자분들께 면접장에서 억울한 질문 받으신 경험을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려달라고 할 거에요. 실제 보면서 자기 경험이 떠올라 씁쓸하다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는 깐족대는 캐릭터에 일가견이 있다. '까다로운 변선생' '날아라 변튜어디스' 'DJ변' 등의 코너에서 한결같이 밉살스럽고 짓궂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실 제가 혀 짧은 걸 안 들키려고 말을 빨리하다보니 그런 캐릭터가 나왔어요. 빠른 호흡으로 말하면서 남들이 생각하기 전에 제 말을 몰아쳐서 하는 거죠. 똑같은 타이밍으로 얘기하면 웃기기 힘들어요."

왜 코너명에서 변씨 성을 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뜸 어릴 적 놀림 받은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변사또, 변기, 변강쇠 같은 별명이 많았어요. 6학년 반장 선거에서는 아이들이 제 이름 대신 별명들을 적는 바람에 무효표가 나와서 떨어졌어요. 변씨 성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힘내라는 뜻에서 자꾸 넣고 있어요."

지금은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이 됐지만 개그맨이 되기까지 그는 지상파 개그맨 시험에서 13번 낙방했다.

개그맨 중 최고기록일 거라는 그는 "한번에 붙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떨어지고 새 코너 준비면서 아이디어를 짰던 게 지금 도움이 많이 돼요. 사회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제가 제대로 된 정규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방송국 보도국 스태프, 텔레마케터, 공사장 인부 등을 하면서 비정규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알죠. 그 당시엔 힘들었지만 개그맨이란 꿈이 있어 즐거웠어요."

스스로 실패의 경험이 많은 만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잇단 폐지로 설 곳이 없어진 후배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적어도 100명 이상은 갈 곳이 없어졌어요. 개그맨들을 믿고 무대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그전보다 웃기지 않다고 프로를 쉽게 없애버리지 말고 개그맨들에게 다시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개그맨들은 소모품이 아니잖아요."

개그맨 데뷔와 '개그콘서트' 엔딩 장식이라는 꿈을 이룬 그에게는 버라이어티 MC라는 꿈이 하나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랐다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라 하잖아요. 전 산 하나 정복하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산맥에 도전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우선 라디오 프로도 제가 청취율 깎아먹었다는 소리는 안 듣게 하고 싶어요."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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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