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최근 KBS '개그콘서트'에는 유독 주목받는 신인들이 많다.
막내인 공채 25기 중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으로는 신종령, 신보라, 송영길, 김영희, 그리고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희경이 있다.
'슈퍼스타 KBS'에서 '이희경 권사'로 큰 웃음을 줬던 이희경(27)은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서도 연인들 사이의 심리를 날카롭게 집어내며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만난 이희경은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상담역을 도맡아 해왔던 게 개그의 아이디어를 찾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예전부터 여자 친구들에게 연애 상담을 많이 해줬거든요. '우리 오빠는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짜증을 내며 상담을 해오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가는 경우가 많았죠. 개그 소재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희대 국제학부에서 국제관계학을 배운 이희경은 원래는 NGO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꿀 꿈을 꿨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의 인턴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혼란을 느끼던 대학 4학년 시절, '내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찾은 게 개그였고 마침 어머니의 '꼼장어' 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손님들에게 서글서글하게 대하는 모습이 개그 공연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바로 대학로에서 개그 공연을 시작했고, 내친김에 방송국의 개그맨 시험을 봤어요. 아깝게 최종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 뒤로는 3년 정도 대학로 개그 공연을 하면서 내공을 쌓았죠."
그렇게 시작한 개그 공연이었지만 적은 수입으로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운 나날이 계속 됐다. 그의 무명생활은 한 케이블 TV의 백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백수잡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힘들게 개그맨 공채 시험에 붙었지만 출발은 쉽지 않았다. "학창시절에 '좀 웃긴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눈에 띄게 뚱뚱하지도, 예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외모"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교회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권사님 개그'가 떠올랐다.
"집사님과 권사님의 찬송가 창법의 차이를 선배들에게 얘기했더니 그걸 코너로 넣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무대에 올려봤더니 '빵' 터진 거에요. 그러다 20회 방송을 갔고 어느새 '이희경 권사님'이라는 호칭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거죠."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는 타 방송사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웃음 코드를 넣어 패러디한 코너다.
어머니와 버릇없는 자녀, 그리고 아이를 무섭게 훈육하는 아동학 교수로 꾸려나가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서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그리고 이희경이 맡은 연애 상담사의 구도로 바뀌었다.
연인 김민경과 박성광이 티격태격하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이희경은 "우리 성광이 이놈~"이라는 말과 함께 박성광에게 혼쭐을 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준다.
"팬들에게서 '우리 남편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이놈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뿌듯하더라고요. 남녀관계에서 사소한 다툼이 많아서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그 중 어떤 게 더 많은 웃음을 줄지를 찾는 게 관건이죠."
이희경은 좋아하는 여자 개그맨 선배로 신봉선과 강유미, 김미화를 꼽았다.
그는 "신봉선 선배처럼 개그맨으로 자리를 잡으면 버라이어티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강유미 선배는 제 개그의 모토 같은 분이다. 예전부터 함께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었다"며 "나중에는 김미화 선배님처럼 세상에 관심을 갖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화 선배님같이 세상에 대한 따뜻함을 갖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마침 대학에서 NGO에 대해 공부를 했으니 그때 공부한 것과 관련되는 방송의 진행도 해보고 싶고요. 또 토크쇼 진행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그전에 '개그콘서트'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겠죠. 오늘도 새로운 코너를 제작진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통과가 될지 모르겠네요.(하하)"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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