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강우석 "각박한 세상..관객에 드리는 선물">
2011-01-14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 느낀 건 휴머니티가 담겼다면 영화는 관객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반시사회를 해보니 진짜 많이 울더라고요. 아들과 동반한 성인들은 다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면서 나가더라고요. 따뜻함이 가슴을 적신 모양입니다."

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 '글러브'(20일 개봉)는 청각장애인들이 모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전국대회 1승에 도전하는 실화를 가슴 뭉클하게 그린 작품이다.

야수들끼리 공을 서로 잡으려다 부딪히기 일쑤고 방망이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듣지 못해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당당하게 대결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눈물을 참기 어려워진다.

'투캅스' 시리즈 같은 코미디 영화나 '공공의 적' '실미도' 등 선이 굵은 액션과 드라마를 주로 했던 흥행 감독 강우석이 휴먼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남성적인 영화를 찍다 보니 그런 영화에 지치기도 하고, 했던 걸 또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계속 말하던 때 이 영화 대본이 들어와서 이 정도 소재면 내 마음속에 누르고 있던 희망 같은 걸 영상화시켜볼 수 있겠다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처음 했을 때처럼 삶과 직결해서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찍고 나서 부담스럽거나 초조하진 않아요. 이건 내가 솔직하게 찍은 거니 관객이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스릴러 영화 '이끼'에 도전했던 그가 '이끼'를 끝내자마자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또 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만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막 빠르게 달려가거나 사건사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나오는 감성적인 영화인데 저 양반이 인내력이 있을까 한 거죠. 스릴러('이끼')도 염려 많이 했는데 나쁜 소리 안 들었으니 '나 이것도 할 수 있어' 이렇게 욕심 내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있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글러브'는 한파에 얼어붙은 관객의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영화다. 강 감독은 관객들이 이제는 따뜻한 영화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간 워낙 잔혹하고 자극적인 영화가 많이 나와서 관객들이 지쳐가는 것 같아요. '영화 잘 만든 건 알겠는데 보기 힘들었다. 따뜻한 영화는 없냐'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그는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적으로 휴먼 드라마가 나와서도 안 될 것"이라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골고루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끼'를 포함해 스릴러 영화가 쏟아진 것은 먹고살기 바빠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힘들고 하니 더 심한 걸 주지 않으면 자극받지 않는다"면서 "길거리를 다녀보면 옛날 같지 않게 웃는 사람이 없다. 친구들 만나면 하루하루 보내는 게 죽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글러브'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는 연습 경기에 지고 나서 아이들이 학교까지 뛰어가다 쓰러져 소리를 지르는 대목을 먼저 꼽았다. "그거 찍을 때는 스태프 다 울었죠. 저는 눈물만 안 흘렸지 '컷'을 해놓고도 한동안 못 일어났어요."

그는 "(매니저 역의) 유선은 수화하다 격해져서 엉엉 울었다. 눈이 뻘게져서 촬영할 수 없었다"면서 "아이들과 수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스태프가 숙연해졌다"고 말했다.

찍는 영화가 감독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그는 말했다. "'이끼' 때는 독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사람들 대여섯명만 만나도 웃기고 싶고 떠들고 이런거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험한 얘기를 하나 했죠. 이 영화 찍고 진짜 많이 좋아졌어요. 신인 때 까불던 시절처럼 가슴이 열리는 것 같았고 답답한 게 풀렸어요."

원래 시나리오 제목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지만 야구에는 사랑(LOVE)이 있다는 뜻으로 강 감독이 '글러브'(GLOVE)라는 제목을 직접 지었다고 했다.

극 중에는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투수는 자신이 전부라고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는 등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대사가 많다.

그는 "워낙 야구 마니아라서 거북하지 않게 편하게 말을 던졌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열렬한 LG 트윈스 팬이라면서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아 속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끼' 작업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영화로 '글러브'를 선택했지만, 막상 야구 장면을 찍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야구 선수들을 데리고 찍으면 아마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배우들을 데리고 찍어야 하니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밖에 없었죠. 하루면 다 될 거로 생각했는데 4일 찍고, 3일이면 될 것 같은데 8일 찍고…."

'글러브'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강 감독은 자신의 영화로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사실상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연소자입장가였지만 초등학생들은 영화를 안 볼 때니까 중고생 보라고 연소자입장가 준건데 지금의 전체관람가라면 다르죠."

그는 이어 "20~30대는 덜 보더라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이 볼 것 같다. 아이들도 야구를 좋아하고 또래들 얘기니 주말에 좀 나오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도 '글러브' 같은 따뜻한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해봤으니 그 경험을 녹여서 풍성한 영화, 가슴을 절절히 때리기도 하고 또 사회 현상에 대해 소리 한번 질러보고…. 명확하고 쉬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싶어서 재미가 먼저 가고 작품성은 좀 뒤따라 갈 것"이라면서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런 의미가 있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제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 묻자 강 감독은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뜻밖에도 사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왕의 남자' 같은 사극을 하고 싶어요." 자신은 영화 규모를 키우면 드라마가 얇아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같이 밀도 있는 사극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왕과 신하가 나오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안 해본 거라서 사극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자신이 세운 영화사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한 영화들이 최근 흥행에 실패하면서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져 장윤현, 김상진 등 함께 작업해온 감독들을 내보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대로 하나 터져줘야 회사가 굴러간다"면서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못할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게 안타깝다"고 했다.

"모 대기업에 빌린 돈을 갚는 게 올해 계획이죠. (웃음) 돈 갚고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돈벌이 신경 안 쓰고 영화 찍고 싶네요."

kimyg@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