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제 겨우 영화배우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거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집중력을 가지고 연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는 20일 개봉되는 영화 '글러브'에 출연한 유선(35)은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선이 맡은 주원 역은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고교의 야구부 매니저이자 음악교사. 상남(정재영)이 아버지처럼 엄하게 아이들을 훈련시킨다면 유선은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때로는 씩씩한 누이처럼 아이들을 보살핀다.
"주원은 다면적인 인물이죠. 원래 아이들에 대한 보살핌에 더 몰두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님이 그것보다는 조금 더 밝은 톤으로 찍으셨어요. 평소 저의 활달한 성격을 잘 알고 계셔서 그런 듯합니다."(웃음)
영화에서 유선은 마치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왈가닥 여성 매니저 같다. 상남과는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만화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정을 과장하기 쉬울 터. 유선은 "연기하며 감정을 오버하지 않으려 가장 신경을 썼다"고 했다.
"초반 상남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감독님께서 굉장히 신경 쓰셨어요. 영화 초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정감있게 연기해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연기에 대한 주문도 대단히 꼼꼼하셨고 오케이도 쉽게 해주지 않으셨어요. 신경이 곤두섰죠."
배우 정재영과도 '이끼'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평소 "정재영 선배의 팬"이었다던 유선은 "'이끼'보다 '글러브'에서 정재영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 좋았다"고 했다.
"'이끼' 때 맞붙는 장면은 두 장면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짧은 신이었는데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죠. 그때 조금 길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러브'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맞췄는데, 주로 티격태격하는 연기가 많았어요. 촬영 내내 재밌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원의 대사 중 상당 부분은 수화다. 유선은 촬영에 들어가기 석 달 전부터 집중적으로 수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수화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수화하는 장면이 많이 안 나왔어요. 주로 상남의 말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장면에서 제가 수화를 하는데 수화하는 모습보다는 상남을 클로즈업하거나 아이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죠. 수화를 전달하면서 끌어 오르는 제 감정은 상남의 말에 가려 화면에 거의 나오지 않아요. 방송처럼 수화로 통역하는 장면을 화면 아래에 조그맣게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죠."(웃음)
유선은 2001년 KBS 방송의 '영화 그리고 팝콘'이라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실질적인 연기 데뷔는 MBC 미니시리즈 '그 햇살이 나에게'(2001-2002), 영화데뷔는 '4인용 식탁'(2003)이다.
"영화를 몇 작품 했지만 큰 존재감을 심어주지는 못했어요. '이끼' 때부터 겨우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겨우 영화배우로 시작하는 셈이죠."
유선은 충무로에서 바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다음 달 장윤현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가비'에 이어 3월에는 김용한 감독의 '돈 크라이 마미'의 촬영에 들어간다.
지금은 바쁜 배우지만 한때는 캐스팅이 안 돼 우울한 나날을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제가 가진 열정을 다 폭발시킬 기회를 만날 수 없었죠. 나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데, 결국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어렸을 적부터 가꿔 온 연기자의 꿈은 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렸을 적부터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제가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고, 나라는 자신을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죠. 연기는 환상체험과 같아요. 실제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면서 재미와 희열을 느꼈죠."
유선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진 않다"며 "유선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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