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주원과 길라임의 마법에 안방극장이 홀렸다.
SBS TV 주말극 '시크릿 가든'이 종영을 2회 남기고 시청률 30%를 돌파하면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김주원 역의 현빈을 향한 여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시청률이 20%대 중반에서 답보 상태였던 '시크릿 가든'은 17-18회에서 김주원과 길라임의 생사를 넘나드는 절절한 사랑과 결정적인 순간에 둘의 영혼을 바꿔치기하는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안방극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가슴을 찌르는 재치만점의 유려한 대사와 국내 드라마에서는 낯선, 영혼의 체인지라는 설정으로 방점을 찍고 있는 '시크릿 가든'은 무엇보다 현빈-하지원이라는 최상의 캐스팅과 그들의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한국 멜로 드라마의 또다른 이정표를 세우게됐다.
◇현빈-하지원, 역할 200% 소화 = '도대체 어쩌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독특한 설정과 한마디 한마디가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대사, 폭소가 터져나오게 하는 코믹한 상황도 '시크릿 가든'의 큰 미덕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화제성은 단연 현빈-하지원, 두 남녀 주인공에게서 비롯된다.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까칠한 서른네살의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과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자존심 강한 서른살의 스턴트우먼 길라임이라는 캐릭터는 현빈과 하지원을 만나 터질듯한 생명력을 얻었다.
김은숙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자체가 개성이 또렷하고 매력적이지만 이들 캐릭터가 주인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에는 내리 5년간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던 현빈은 마치 김주원을 만나기 위해 잠수를 했던 것처럼 근사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높이 솟구쳐올랐다.
그는 잠수하는 동안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통해 연기력을 키웠고, 눈빛을 채웠고, 가슴을 데웠다. 그리고 그 연마의 시간들을 김주원을 통해 고스란히 내보이며 스타에서 배우로 한발을 내디뎠다.
하지원의 연기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 이미 좋은 배우였던 그이지만 그는 길라임을 통해 어떤 연기에서든 감동을 전해주는 경지에 올라섰다.
길라임으로 분한 하지원은 말로, 눈빛으로, 행동으로, 그리고 울음으로 매 순간 심장을 때리고 있다. 길라임의 일거수일투족에서는 연기를 대하는 하지원의 정성과 노력, 성심이 묻어나며 이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물론 상대역인 현빈의 연기까지 업그레이드 시킨다.
여기에 이런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기막힌 화음을 빚으면서 '시크릿 가든'의 마법이 강력한 힘을 얻게됐다.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 판타지도 김주원과 길라임의 천상의 궁합 덕에 오히려 애절함을 더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결말 예측 불가..해피엔딩 요구 빗발쳐 = 종영을 2회 앞둔 '시크릿 가든'은 10일 현재 마지막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작가의 고민이 크다는 것.
9일 방송에서 '천만다행'으로 김주원과 길라임의 영혼이 제자리를 찾았지만 김주원이 21살 이후의 기억을 상실한 것으로 그려지면서 드라마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은숙 작가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드라마는 애초 계획대로 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하는데 난 사실 들어앉아 대본만 쓰니 잘 모르겠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 작가는 전작인 '시티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시크릿 가든'은 작심하고 재미있게 쓰겠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시크릿 가든'은 끝까지 '재미'를 줄 전망인데, 영혼의 뒤바뀜과 기억상실이라는 카드를 통해 끝까지 시청자를 손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한 김 작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시청자들은 김 작가가 전작들에 비춰 이번에도 해피엔딩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김주원과 길라임 사이의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점 때문에 혹시라도 불행한 결말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결말이 안개 속에 휩싸인 가운데 드라마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시크릿 가든' 갤러리 등에는 해피엔딩을 염원하고 요구하는 글들을 쇄도하고 있다.
9일 방송에서 꿈속 길라임의 아버지가 김주원에게는 "이제 그만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길라임에게는 "너도 이제 사랑받고 살아라"고 한 말이 상충되면서도 "이제 내 마법은 끝났고 너희들만의 마법을 만들어가라"고 '덕담'을 한 것에서 드라마 결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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