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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좀비는 슈퍼맨보다 세네…
이영진 사진 백종헌 2011-01-11

장항준 감독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제목이 익숙하다. 떠오르는 그대로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따왔다. 다만, 죽어도 사는 극중의 존재들을 좀비라고 칭하기는 좀 뭣하다. 좀비보다는 ‘언브레이커블’에 가깝다. 장항준 감독이 발견한 한국형 ‘언브레이커블’이 별나고 귀한 존재는 아니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따르면 한국에 사는 남자들은 대부분 ‘언브레이커블’이다. “TV에서 해주는 여성학 강좌를 우연히 봤다. 강사 말이 ‘한국 남자 대단하다, 강하다’였다. 정리해고 걱정에 술 마시고, 주식 폭락에 담배 피우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다 달고 사는 남자들이 바람은 바람대로 다 피운다는 농담이었다. 아줌마들이 그 이야기 듣고 빵 터지는데, 순간 <바람둥이 길들이기>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언브레이커블>의 브루스 윌리스가 바람을 피우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초의 왕국’에 사는 ‘부도덕한 슈퍼맨’들이다. 하루 세끼 밥 먹는 것보다 외간 여자와 섹스를 더 자주 하고, 집보다도 안마시술소를 더 사랑한다. ‘당신밖에 없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던 소희의 남편 또한 예외가 아니다. 퀼트하며 살던 주부 소희는 남편의 새빨간 거짓말을 눈으로 확인하고 여고동창생들과 의기투합한다. 짐승만도 못한 남편을 “용서하되, 죽이자”고. 하지만 죽이고, 또 죽여도 ‘섹스머신’ 남편은 ‘터미네이터’처럼 다시 살아난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웃음 포인트다. “시나리오 주면 반응이 다르다. 여자배우들은 주인공 소희보다 좀더 드센 다른 동창생 역을 탐내고, 남자 배우들은 ‘이건 너무 막 나가는데…’ 라며 곤란하다고 하고. (웃음) 아직 밝힐 순 없지만 다행히 섹스머신을 기꺼이 맡아줄 배우는 정했다.”

‘무사안일, 복지부동’을 가슴에 품은 소심 캐릭터들을 꽈배기처럼 꼬인 사건의 한복판에 밀어넣는다는 점에서 전작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을 닮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이번엔 웃음을 들려주기보다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내 전작들은 미장센이 전혀 없다.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영화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다. B급영화의 소재와 줄거리가 돋보이려면 비주얼이 세련돼야 한다. 카메라 앵글도 독특해야 하고. 콘티와 세트 구상까지 끝낸 상태인데 이번엔 욕조 타일까지 미리 다 정했다.” ‘럭셔리’를 표방하는 건 아니다. 지난 7년 동안 그는 <꿈의 시작> <메이드 인 홍콩> 등 규모가 큰 시대극이나 해외 로케이션 영화를 준비했다. “비주얼에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매번 아이디어보다 스케일로 욕심을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톤으로 통쾌한 여성영화를, “웃고 나서 저런 장면에서 왜 웃었지” 되묻게 만드는 잔혹코미디를 찍고 싶다는 장항준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새해 첫주에 방영되는 16부작 법의학 드라마 <싸인> 연출을 맡고 있어서다. “어제까지 일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2시간씩 자고 촬영했다. 오늘도 열흘 만의 휴식인데 들어가면 곧바로 대본 회의해야 한다. 3월 초까지는 계속 쪽잠 자는 일정이다.” <불어라 봄바람> 이후 연출 제안을 받은 것만 20번이 넘었지만 “<조폭 마누라>와 워킹 타이틀표 영화를 짬뽕시킨 허술하고 만만한 시나리오”를 덥석 물기는 싫었다는 그의 ‘오기’가 ‘장항준표’ 코미디로 발휘될 수 있을까. 우리의 궁금증은 그가 건 판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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