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하지원, 김태희, 김아중, 수애의 빛나는 4색 변신이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애교 넘치는 코믹 연기, 거리낌 없는 민얼굴 노출과 버럭 연기 등으로 기존 이미지를 한방에 뒤집는 이 여배우들의 활약에 긴 겨울 밤이 지루하지 않다.
한동안 일정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이들은 나란히 각각의 작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연기폭을 한 뼘씩 넓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원, 이보다 길라임일 수는 없다" =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33)은 다시 한 번 '왜 하지원인가'를 증명해보였다.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처음부터 하지원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고, 하지원을 캐스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지금 하지원은 최고다. 연기도 최고이고 심성도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정말 좋은 배우다"라며 칭찬을 쏟아냈다.
극중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 역을 맡은 하지원은 톱여배우가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할 때 얼마나 더 근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물론 고난도의 액션에서는 대역이 나서지만 그는 대역도 감탄할 만큼 많은 부분 직접 액션 연기를 소화하며 극의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또 일찍이 연기파 배우의 대열에 들어선 하지원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까칠한 백마탄 왕자님'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자존심 강한 가난한 여성의 모습을 티없이 맑고 담백하게 연기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의 이같은 모습은 드라마 전작인 2006년 KBS '황진이'에서와 극명하게 차별된다. 여성성의 극점을 보여줬던 황진이에서 중성적인, 때로는 남성적이기까지 한 길라임으로의 변신은 하지원이 현재 국내 연예계에서 기생과 스턴트우먼을 나란히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여배우임을 보여준다.
◇"김태희, 넌 진짜 공주야" = 언젠가부터 국내 최고의 미인 자리를 유지해온 김태희(31)는 MBC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드디어 자신의 미모와 아우라를 만개시킬 기회를 잡았다.
데뷔 때부터 공주같은 이미지였음에도 연기력 부족과 몸에 맞지 않는 배역 등으로 CF 외에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시키지 못했던 김태희는 드디어 몸에 꼭 맞는 공주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5,6일 방송된 '마이 프린세스'는 한마디로 김태희의 매력을 뽐내는 무대였다. 사랑스럽고 애교넘치는, 발랄하고 엉뚱한 매력의 여대생 이설의 활약상은 방송 시간 72분이 짧게 느껴지게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여러 경험으로 무장한 김태희의 성장한 연기력은 데뷔 10년 만에야 만난 공주님 캐릭터와 절묘한 하모니를 내고 있다.
'마이 프린세스'의 이설은 김태희의 드라마 전작인 2009년 KBS '아이리스'의 특수요원 최승희와 180도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아이리스'로 '2009 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받으면서 "'아이리스'는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날 구원해준 작품"이라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김태희는 '아이리스'를 기점으로 자신이 달라졌음을 '마이 프린세스'에서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안면에 철판을 깐 코믹 연기와 닭살 돋는 애교 연기는 물론이고, 이른바 '화장실 유머'까지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그간 자신을 짓눌러왔던 쑥스러움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아중, 꾸밈없는 털털함으로 승부 = 2009년 KBS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어울리는 공주풍의 톱 여배우를 연기했던 김아중(29)은 SBS '싸인'에서 꾸밈없는 털털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싸인'의 첫 등장에서부터 인파를 헤집고 나오느라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줬던 김아중은 신출내기 열혈 법의학자 고다경을 자연스럽게 자기화시키며 눈길을 끌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데도 주저함이 없는 데다, 에너지 넘치는 상대역인 박신양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배에 힘을 단단히 주는 모습이 어여쁘다.
김아중은 최근 인터뷰에서 "박신양 선배님이 감정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분이라 맞붙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버럭'하게 된다. 박신양 선배님이 대충 지나치는 신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매 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연구하게 되고 연기적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이후 섹시함과 여성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어필해온 김아중은 '싸인'을 통해 직업적 열정과 패기로 가득찬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칫 고정될 수 있었던 이미지를 다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애, 청순함과 섹시함 동시에 과시 =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특수요원 윤혜인 역을 맡은 수애(31)는 한 작품에서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선보이며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가 국정원 홍보관 직원으로 일할 때 선보이는 미니스커트 제복 패션과 화사한 미소는 '제복 수애'라는 별명과 함께 청순함의 상징으로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고, 이어 NSS 특수요원으로 활약할 때 선보이는 블랙 가죽재킷에 스키니진 패션과 차가운 표정은 섹시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7년 MBC '9회말 2아웃' 이후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수애는 기존의 여리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차가우면서도 섹시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는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청순한 설정에서조차 섹시함이 묘하게 묻어나는 모습으로 어필하며 수애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극중 그가 무표정하게 살인을 하고 날아다니며 발차기를 하고, 피 튀기는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은 이미지의 신선한 전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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