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프로그램 제목을 '콘서트 7090'으로 바꾸자고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진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300회를 맞은 KBS 1TV '콘서트 7080'의 MC 배철수는 1990년대 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프로그램의 외연을 1990년대로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6일 저녁 KBS홀에서 열린 3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원로 선배분들은 '가요무대'에서 활약하고 1970~1980년대 가수들은 여기서 노래하는데 제일 애매한 게 1990년대 활동하던 가수들"이라고 했다.
그는 "그 친구들은 젊은 친구들이 있는 무대에 나가자니 잘 안 되고 여기 나오기도 애매하다"며 "프로그램의 외연을 90년대로 넓혀 그 친구들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인 '콘서트 7080'은 2004년 11월 6일 방송을 시작한 이후 1970~1980년대 인기 가수들을 초대해 추억의 무대를 선사해 왔다.
MC 배철수는 첫 회부터 7년째 진행을 맡으며 '콘서트 7080'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는 "이 프로가 아니었다면 젊은 시절 우상이었던 윤항기.윤복희 선배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그분들의 소중한 노래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 점이 가장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6개월 정도 하면 되겠다. 길게 하면 1년 정도 하겠다' 생각했는데 어느덧 7년째 하고 있습니다. 우리 프로가 이렇게 장수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 세대들이 얼마나 문화에 굶주리고 방송에서 소외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 모든 공은 늦은 시간에도 잠과 싸우면서 프로그램을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돌립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20년 넘게 진행해 온 그는 명 MC로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초대가수를 빛나게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분이 나오시더라도 음악했던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예우해 드리고 그분이 기분 좋게 노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드리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출연가수를 소모품처럼 생각하면서 MC가 주인공인 것 같은 프로도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 기분 나쁜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도 최대한으로 가수들을 즐겁게 해 드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9일 밤 11시10분 방송되는 300회 특집은 1970~1980년대 음악을 총정리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윤항기, 윤복희 남매가 30여년만에 함께 지상파 방송에 동반 출연하고 구창모와 김수철, 양희은 등도 자신의 대표곡을 선사한다.
배철수는 "화려한 외형이 아니라 어떤 분이 나오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좋은 분들을 모신 게 특집이다"고 강조했다.
그룹 송골매에 함께 몸담았던 구창모에 대해서는 "300회를 기점으로 올해부터는 구창모 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구창모 씨가 하는 사업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지만 노래하는 게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이 가수로 무대에 설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노래하는 데 재능도 없고 노래보다 얘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내린 결정입니다. 구창모씨랑 환갑 기념으로 일회성으로 한번 같이 노래하자고 얘기는 해봤습니다. 그전에는 절대 안 합니다. PD들은 저보고 계속 노래하라고 하는데 전 '마지막회에 노래할 거다. 노래를 시키려면 나를 MC에서 자르던지 해라'라고 말합니다.(웃음)"
그는 앞으로 초대하고 싶은 가수로 김민기와 한대수 등을 꼽으며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시고 계시지만 더 나이들면 나오실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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