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산록페스티벌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벨 앤드 세바스천의 공연이 시작될 때 가슴이 꽤 벅차올랐을지 모른다. 벨 앤드 세바스천의 앨범 《Write About Love》는 2000년 이후 잠시 헤매던 이 팝 밴드의 감수성이 원래의 자리에 내려앉은 듯한 감상을 준다. 그래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이들이 20세기와 21세기를 여전히 연결한다는 점이다. 첫 곡 <I didn’t See It Coming>의 향수 가득한 멜로디가 후반부에 뒤엉키며 만드는 잔향과 <I Want The World To Stop>의 빈티지 사운드, 그리고 <Write About Love>의 무그 신시사이저가 자극하는 노스탤지어는 《God Help The Girl》의 연장이기도 하고 벨 앤드 세바스천이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정서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결국 벨 앤드 세바스천은 벨 앤드 세바스천이라는 얘기다. 그때 우리는 이토록 과거지향적인 팝 사운드의 재현이 최근 트렌드에 닿아 있음을 언급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솔이 아닌 로큰롤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차별화된 포지션과 밴드의 여전한 근거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때로 그건 정서적 안도감마저 전달하는데 한해가 바뀔 때의 어중간한 마음, 이를테면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순간의 울렁증을 위한 배경음악으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