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너티 프로페서>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합니다. 이쯤 되면 많은 독자들이 머리를 쥐어뜯을 겁니다. 이게 그러니까 제리 루이스의 오리지널 <너티 프로페서>를 리메이크한 영화인지 혹은 에디 머피의 또 다른 시리즈인지. 알고 보니 제리 루이스가 직접 제작한 <너티 프로페서>는 오리지널의 주인공인 켈프 박사의 손자를 주인공으로 한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군요.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너티 프로페서>에 대해 조금 알고 넘어가보죠.
Q1. 그러니까 대체 <너티 프로페서> 시리즈는 언제 시작된 거죠? A.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너티 프로페서>는 코미디언 에디 머피가 주연한 <너티 프로페서>(1996)와 <너티 프로페서2>(2000)입니다. 하지만 그 영화들도 사실은 미국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코미디영화 중 한편인 제리 루이스의 오리지널 <너티 프로페서>(1963)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죠. 1월6일 개봉하는 <너티 프로페서>는 제리 루이스 영화의 속편 격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오리지널의 내용은 왜소한 체격과 공부벌레 같은 외모로 학생들에게 무시당하는 괴짜 교수 켈프(제리 루이스가 직접 연기합니다)가 실험실에서 신체를 완전히 킹카로 변화시키는 약물을 만들어내면서 시작합니다. 이 약물을 복용하면 아무리 찌질한 남자도 근사한 플레이보이 ‘버디 러브’로 변신할 수 있지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코미디 버전이라고 할까요. 에디 머피 시리즈에서는 과체중의 교수가 약물로 날씬해진다는 설정으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너티 프로페서>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를 관통하는 철학은 같습니다. 바로 ‘궁극의 너드(Nerd) 판타지’라는 점이지요.
Q2. 그렇군요. 그렇다면 오리지널 <너티 프로페서>를 만든 제리 루이스는 대체 누군가요? A. 제리 루이스는 1950~60년대 할리우드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코미디언입니다. 처음부터 그가 홀로 웃겼던 건 아닙니다. 제리 루이스는 단짝인 딘 마틴과 콤비를 이루어 모두 16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당대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리 루이스는 딘 마틴과 결별하자마자 조금 더 위대한 꿈을 꿉니다. 자기 연기와 영화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거였죠. 그는 <벨 보이>(1960)를 시작으로,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너티 프로페서>(1963), <큰 입>(1967) 등을 만들며 승승장구합니다. 그의 마지막 연출작은 <폭소 지진 대소동>(1983)이었고, 같은 해 마틴 스코시즈의 <코미디의 왕>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공연합니다. 아직 스코시즈의 이 걸작을 못 봤다고요? <코미디의 왕>은 코미디의 아이콘인 제리 루이스의 이미지를 이용해 쇼비즈니스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숨은 걸작입니다.
Q3. 그런데 제리 루이스는 왜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가 않은 걸까요? A. 아주 미국적인 아이콘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놓아야겠군요. 게다가 전성기의 제리 루이스는 미국 평단이 극도로 싫어하는 감독이자 배우였습니다. 당대의 비평가들은 그의 영화가 난잡하고 악취미로 가득한 화장실 코미디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죠. 제리 루이스가 늘그막에 재기할 수 있었던 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들을 재평가하면서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에 출시되어 있는 제리 루이스의 전성기 대표작은 <너티 프로페서>가 유일합니다. 참, 제리 루이스는 에미르 쿠스투리차가 미국에 건너가 찍은 <아리조나 드림>에도 출연했습니다.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조니 뎁에게 캐딜락 대리점을 물려주고 싶어서 시골로 불러들이는 삼촌 레오를 한번 잘 떠올려보세요. 한 가지 더. 유명한 록 뮤지션 제리 리 루이스와 제리 루이스를 혼동하면 곤란합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