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애, <계절과 함께 흘러가다-가을>, 2009, 종이에 채색, 126.3x99.7cm
2011년 1월2일까지 / 갤러리 16번지 / 02-722-3503
화법은 산수화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건 무슨 장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산의 능선 사이로 롤러코스터와 전망대, 대관람차가 보이니 말이다(<유원지 산수>). 하긴 산수화의 주제가 무릉도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21세기의 무릉도원은 놀이공원쯤 될지 모르겠다. 서은애 작가는 수묵화의 전통적인 화법에 현대의 이상향과 욕망을 담은 아이템을 접목시킨다. 그녀는 그림 속에 종종 자신을 출연시켜 고(古)화와 소통하기도 한다. “작업실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채 자유롭게 부유하는 섬이다. 텅 빈 캔버스에 펼쳐지는 세계는 내 마음이 꿈꾸는 오랜 이상향이다.” 고요한 작업실에 틀어박혀 꿈꾸듯 그림을 그릴 작가를 생각하면 개인전의 부제처럼 이건 ‘유쾌한 은둔’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루마리 형식의 미니 산수화와 자개 작품, 청나라 화보집 <시중화>에서 영감을 얻은 화책 등이 함께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