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무시무시하다. 추격 장면을 위해 차량 50대를 동원했다. 그중 20대는 완파됐다. 13대의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로 배우와 차량의 움직임을 담았다.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황해'(黃海) 이야기다.
황해는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관객 500만명을 동원한데다 국내 영화에 스릴러 열풍을 몰고 온 '추격자'의 세 주역이 함께 뭉쳤기 때문이다.
김윤석, 하정우라는 걸출한 배우와 함께 젊고 패기만만한 나홍진 감독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2시간 36분에 이르는 대작을 만들어냈다.
과연 '추격자'의 감독다웠다. 지루하지 않은 드라마,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배우들의 연기는 '황해'를 손색없는 상업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선뜻 엄지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왜일까?
아내를 남한에 보내기 위해 거액의 빚을 진 구남(하정우). 남한에 가 송금을 하기로 한 아내는 감감무소식이고, 택시 운전으로는 6만 위안을 갚을 재간이 없다.
행운에 기대며 마작을 해보지만, 운조차 따르지 않는다. 월급마저 압류당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조선족 브로커 면가(김윤석)가 접근해 솔깃한 제안을 한다. 남한에 가서 한 사람을 죽이고 오면 6만 위안을 주겠다는 것.
희망 한 점 보이지 않는 음울한 나날을 보내는 구남은 면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밀항선을 탄다.
영화의 진행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스타카토처럼 짧은 리듬으로 이어지는 컷은 대단히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나 감독은 이 같은 효과를 위해 일반 영화의 2배가 넘는 5천여 컷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야기도 컷만큼 빨리 흘러 지루할 틈이 없다. 긴 상영시간을 고려하면 감독의 재능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가끔 덜컥인다. 비현실적인 캐릭터 탓이 크다. 마치 히어로물의 주인공처럼 구남과 면가가 '엄청난' 생존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비정하고, 잔혹한 현실까지 아우르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 탓에 진짜 현실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택시 운전사에 불과한 구남은 부상당한 몸으로 수십 명이 나선 경찰들의 삼엄한 포위망을 비웃듯 뚫고, 면가는 장정 10명과 맞붙어도 절대 지지 않는 불사신 같다.
영화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에 대해서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영화를 꿰뚫는 힘은 남자들의 의심과 질투다. 하지만, 질투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엄청난 파국에 비해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카메라는 질투 때문에 발생하는 캐릭터들의 일렁이는 내면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영화는 논리적 구멍도 있고, 정서적인 결함도 있으며 조선족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인식도 빠져 있다. 하지만 소소한 반전을 담고 있는 결말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은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볼거리는 이 영화의 더없는 강점이다.
특히 부산 항구 일대에서 벌어지는 추격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도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면가의 무식한 액션도 돋보이며, 쫓고 쫓기는 추격장면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스크린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잔혹한 장면도 상당하다. 영화는 도끼로 머리를 찍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을 듬성듬성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는 300여일간 하얼빈(哈爾濱), 치치하얼(齊齊哈爾), 부산 등지에서 170회차에 걸쳐서 촬영됐다. 제작비는 130억원대에 이른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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