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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딕] 도어스와 짐 모리슨의 60년대

다큐멘터리 <왠 유어 스트레인지>에 대해 알아봅시다

Q: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즈>와 비교해서 뭐가 어떻게 다른가요. A: 우선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는 짐 모리슨에 대한 올리버 스톤 감독 개인의 해석에 충실한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사실보다는 감상과 해석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신화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발 킬머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지만 아무래도 ‘해석’에 치중하다보니 여러 가지 사실이 왜곡되거나 축소되어 전달된 감도 있었죠. <도어즈>에 대해 도어스의 키보디스트이자 짐 모리슨의 ‘절친’이었던 레이 만자렉이 여러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도어스의 실화이자 ‘안티-올리버 스톤’의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할 만큼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가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짐 모리슨의 죽음에서 시작되지만 도어스의 재결성 공연으로 끝납니다. 화면 위로 흐르는 조니 뎁의 내레이션과 여러 자료화면, 공연 실황, 신문 기사 등이 나름의 객관성을 확보합니다. 일단 도어스의 공연 실황 장면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게 영화의 1차적인 매력입니다. 그 다음은 ‘60년대’라는 특정 시공간 속에서 도어즈가 빛을 발하던 맥락을 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Q: 짐 모리슨은 ‘반역적인 로커’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얼마나 반항적이었나요. A: 짐 모리슨은 군인 가족(아버지는 해군 장교로, 미 역사상 최연소 제독으로 기록되었습니다)의 장남으로 태어나 UCLA에서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문학에 심취한 예술가 지망생이었던 그가 몰입했던 건 잭 케루악과 랭보, 블레이크 등의 ‘혁신적인 작가’였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레이 만자렉과 밴드를 결성하기로 했을 때, 짐 모리슨은 공식적으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지만 그가 쓴 가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레이 만자렉은 회상합니다. 그의 예술적 반항기는 여러 가지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일단 ‘아빠를 죽이고 엄마랑 자고 싶다’는 가사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노래한 <The End>는 도어스를 공연하던 클럽에서 쫓아내게 만들었고 데뷔앨범에 수록되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여기에 공연장에서의 퍼포먼스, 관능적이면서도 시니컬한 태도가 짐 모리슨을 60년대 반문화의 상징으로 만들었는데,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가 거기에 홀린 결과라면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짐 모리슨은 자신의 이미지를 직접 컨트롤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의상과 액세서리를 직접 고르거나 디자인하며 대중에게 소비되는 이미지를 조율했습니다. ‘그는 유명해질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는 말이 가장 적확한 평가일 겁니다.

Q: 도어스는 음악보다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외설적인 퍼포먼스로 명성을 얻은 거 아닌가요. A: 도어스에 대한 가장 큰 오해와 신화는 역설적으로 짐 모리슨의 절대적인 존재감 때문에 생긴 것인데요, 사실 도어스의 음악적 뿌리는 블루스와 재즈였습니다. 히트곡들은 대부분 기타리스트인 로비 크리거(<Light My Fire> 등)와 드러머 존 덴스모어(<Rider’s On The Storm>)가 만들었고 클래식 음악과 블루스, 재즈에 뿌리를 둔 멤버들은 로큰롤과 재즈의 융화를 시도했습니다. 짐 모리슨은 로큰롤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짐 모리슨이 없는 도어스는 도어스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짐 모리슨이 도어스 자체였던 건 아닙니다. 외설적인 퍼포먼스 밴드는 1969년 LA 공연으로 생긴 이미지로 상당히 부풀려졌거나 왜곡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정황은 일단 <Rider’s On The Storm>이 자동차 광고에 사용되고(멤버들은 반대했지만), 전미 투어에서 사람들이 이 노래만 원했고, 시비가 오가다가 짐 모리슨이 흥분해서 욕설을 하고, 경찰이 외설행위로 체포했는데 증거사진은 없고, 투어는 취소되고… 뭐 이런 겁니다. 어쨌든 이걸 보고 있으면 ‘60년대 미국과 유럽’이야말로 현대적 신화의 발원지란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지독하게 낭만적이면서 처절하게 상업적인 시대는 아마도 다시 오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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