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모든 드라마를 일주일에 한 회씩만 만들면 좋겠어요. 정말이지 한국 드라마는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섬세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장악한 톱스타 고현정(39)이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 역시 익숙해진 면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지상파 TV에서 일주일에 130여분씩(두 회) 방송하는 드라마가 10여 편이다보니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SBS TV 수목극 '대물'에 출연 중인 그는 오는 23일 종영을 앞두고 당일 낮까지 꼬박 촬영을 해야하는 처지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처한 현실이다. 사전제작이 이뤄지지 않는 국내 드라마는, 그중에서도 특히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대부분 대본 지연의 문제로 종방까지 늘 '생방송'의 위험을 안고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대물' 역시 이미 초반부터 대본이 늦게 나오면서 촬영이 지연돼 매회 아슬아슬한 제작 스케줄을 소화해야했다.
고현정은 이러한 상황의 원인 중 하나로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일주일에 2회씩 방송되는 국내 현실을 꼽은 것이다. 해외에서는 대개 드라마가 사전제작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 1회씩 방송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촬영에 여유가 있다.
그는 또한 "드라마가 문학작품에서 소재를 찾는다면 제작환경이나 드라마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연기에 컴백하면서 느낀 것은 예전에는 문학작품 같은 드라마가 많았는데 지금은 단편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만화 같은 작품이 넘쳐나요. 물론 만화도 좋은데, 'TV 문학관'에서 보여준 것 같은 작품들과 병립해야 한국 드라마가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 우리 드라마에는 밝고 명랑하고 유아적인 캐릭터만 양산되고 있어서 사실 좀 창피해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연기를 해도 어느 순간 너무 깊이가 없는 캐릭터만 하는 것 같아 민망해지고는 합니다. 그런 점이 굉장히 속상해요. TV 드라마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시청률 때문이라는 이유로 좋은 작품들을 거의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워요."
그는 "훌륭한 작가의 중편이나 장편을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옮겨볼 수도 있을텐데 그런 수많은 명작들을 우리 드라마는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창작도 좋지만 TV 드라마 편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 작품에만 기대기에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이와 함께 현재 국내 드라마가 만화 같은 소재가 아니면 큰 스케일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도 말했다.
"스케일이 큰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는데, 뭐 그것도 좋죠. 하지만 드라마 특유의 장점은 60분간 배우들의 클로즈업 샷을 쉼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V 드라마는 배우들의 감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포착할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세한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많은데 지금 우리 드라마는 그런 것을 못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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