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윤구 기자 =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등 우울한 사건ㆍ사고가 유난히 많았지만 올 한해도 대중문화계에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유행어가 적지 않았다.
'슈퍼스타K 2'나 '지붕뚫고 하이킥', '제빵왕 김탁구' 같은 대박 방송 프로그램은 인기 유행어의 산실이 됐고 이들 유행어는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한해 동안 즐거움과 괴로움의 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수난을 겪으며 힘들게 생명력을 이어나가야 했던 유행어도 적지 않았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시청자들의 등을 긁어주던 "내가 동혁이 형이야~"는 한 시민단체에게서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고, 같은 프로그램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역시 한 정치인에게서 '찝찝한 대사'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작년 연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유행어 "빵꾸똥꾸야~"를 둘러싼 논란 역시 연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제 점수는요..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 '대박' 방송 프로그램은 '대박' 유행어를 낳는 법. 18.1%라는 케이블 TV 사상 전래없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중파 TV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든 Mnet의 '슈퍼스타K 2'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MC 김성주가 탈락자(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내 던지는 발언으로, 60초 길이의 중간 광고라는 케이블 TV의 특징을 잘 드러낸 멘트인 만큼 올해 케이블 TV의 강세를 단적으로 보여준 유행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점수 발표에 앞서 말하던 "제 점수는요.." 역시 다른 TV 프로그램들 뿐 아니라 술자리와 직장, 학교를 돌며 수없이 패러디됐다.
시청률 50.8%의 '대박'을 터뜨린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대사 "탁구를 잘해서 김탁구가 아니라 높을 탁(卓) 구할 구(求)를 써서 김탁구입니다" 역시 인구에 회자했으며 MBC 드라마 '파스타'는 "네 쉐프!"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되며 전문직인 쉐프를 일반인들에게 가까운 직종으로 다가가게 했다.
'성스 마니아'를 낳으며 화제가 된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송준기의 대사 "나 구용하야~"를 유행어로 생산해냈다.
언뜻 들으면 외계어 같은 '차도남(녀)' '따도남(녀)' '꼬픈남(녀)' '까도남(녀)'도 올 한해를 강타한 유행어다.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뜻의 '차도남'이란 말은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조석)에 처음 등장한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 비슷한 어감의 다른 유행어로 꼬리를 이어갔다.
KBS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의 김재욱이나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가 대표적인 차도남 캐릭터다. 박시후는 MBC '역전의 여왕'에서 '꼬픈남'(꼬시고 싶은 남자)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으며 '시크릿 가든'의 현빈은 '까도남'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3월 종방된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역시 '빵꾸똥꾸야~"를 비롯해 "됐고!" "떡실신녀" "쥬얼리정" "~고 나발이고" "미스터 순대" 같은 주옥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유행어의 산실인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나 "소는 누가 키우냐~"같은 유행어가 나왔다.
◇사회상 반응한 '씁쓸한' 유행어 = '개그콘서트'의 코너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 취객 박성광이 던지는 멘트로 유행어가 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정치권의 공격을 받았다.
한선교(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월 국회 문광위에서 이 대사에 대해 "찝찝하다"고 언급한 것. 당시인기로 치면 개그 코너 중 '1등'이라고 할 만했던 이 코너는 얼마 뒤 폐지됐고 이 유행어는 '세상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학력위조 논란으로 험한 한해를 겪어야 했던 가수 타블로의 유행어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에서 타블로는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잖아요"라며 울먹였다.
이 말은 심지어는 영화진흥위원장의 사퇴 기자회견에도 등장했다. 해임된 조희문 위원장은 "영진위 정책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조희문 개인을 안 믿는 것"이라며 타블로의 멘트를 원용했다.
방송계에서는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유행어로 부상하기도 했다. 김미화가 "KBS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있고 내가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말한 데서 나온 것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으로 음모론에나 등장하던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시청자들에게 한결 친근한 단어가 됐다.
방송 하차 논란을 겪은 김제동 역시 하버드대 로스쿨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것)~때문에 (좌파)~라고 한다면 기꺼이 (좌파)~를 하겠다"는 말을 유행시켰다.
MBC 방문진의 김우룡 전 이사장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던 '쪼인트'라는 단어 역시 군부대 밖에서는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은 단어가 됐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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