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피스의 전작 ≪The E.N.D≫의 <Boom Boom Pow>는 빌보드에서 12주 연속 싱글차트 1위를 기록했고 <I Gotta Feeling>는 14주간 1위를 차지했다. 1년 전 일이다. 이 전무후무한 기록이 블랙 아이드 피스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신작 ≪The Beginning≫이란 제목은 그에 대한 중의적인 표현이다. 다만 짐작하건대, 엄청난 성공과 스트레스는 클럽 튠 너머로 사라지고 오직 친숙한 비트가 만드는 안정감만 남는다. 꽤 흥미로운 인상이다.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쿨하다. 첫 싱글 <The Time(Dirty Bit)>가 겨냥하는 건 ‘춤추기 좋은 음악’이자 ‘비트로 짠 반짝이 의상’이다. 영화 <더티 댄싱>의 주제곡 <(I’ve had) The Time Of My Life>를 활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동일하다. <Fashion Beats> <Light Up The Night> 등에 활용된 소스들은 멀게는 70년대, 가깝게는 90년대를 발판으로 삼아 대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환기시킨다. 이제 이들은 뭘 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