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해운대' 같은 '1천만 영화'는 올해 없었다.
하지만 30억-50억원 정도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히트하면서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한국 영화 7편이 포진했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아바타'가 국내외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3D 영화 산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할리우드 3D 영화들도 잇따라 개봉하고 정부의 3D 지원책도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도 시끄러웠다. 지난해 도중하차한 강한섭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희문 위원장은 지원 사업과 관련해 구설에 오르면서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제작비 30억-50억원대 영화들의 선전 = '해운대'(1천48만명)와 '국가대표'(842만명)가 동반 히트한 작년에 비해 관객이 1천만명을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대형 흥행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원빈 주연의 '아저씨'(622만명)와 송강호ㆍ강동원 주연의 '의형제'(546만명)는 500만명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이들 작품의 순제작비가 36억-40억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빅히트작이었던 셈이다. '해운대'는 순제작비 130억원이 넘었고, '국가대표'도 마케팅비를 포함하면 제작비가 100억원대에 이른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히트작들도 많았다. 순제작비 55억원이 든 정재영 주연의 '이끼'는 337만명이 봤고,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27억원)는 304만명, 김주혁ㆍ조여정 주연의 '방자전'(40억원)은 301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한국 영화는 '아저씨' '의형제' '이끼' '포화속으로' '하모니' '방자전' '부당거래' 등 7편이었다.
중간규모급 한국영화의 선전에도 올 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소폭 줄었다.
영진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1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1억3천347만명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 전체관객수 1억3천794만명에 비해 하락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46.2%로 작년(51.2%)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아바타'(1천335만명)의 큰 인기로 외화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데다가 작년처럼 1천만명을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해운대''국가대표'와 같은 대작들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장르적으로는 스릴러 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데다 폭력에 대한 잔혹한 묘사, 아동학대 등 심기 불편한 소재라는 걸림돌을 뛰어넘고 올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두 차례에 걸쳐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도 화제를 모았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은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올해 국내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싹쓸이했다.
이밖에 유지태ㆍ수애 주연의 '심야의 FM', 엄정화 주연의 '베스트셀러'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아바타'로 촉발된 3D 열풍 = 작년 연말 개봉한 '아바타'가 1천335만명을 모아 역대 1위였던 '괴물'(1천301만명)을 제치고 최다 관객기록을 경신하면서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3D 영화들이 속속 개봉했고 정부의 3D 영화 진흥정책도 잇따라 발표됐다.
'아바타'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드래곤 길들이기' 등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할리우드 외화 20여편이 개봉했다. 국내에서도 주경중 감독의 '나탈리'가 3D로 선보였다.
이 가운데 '드래곤 길들이기'는 관객수로는 256만명을 기록해 13위에 머물렀지만, 흥행매출에서는 270억원을 벌어들여 관객수 5위인 '이끼'(252억원)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3D 영화의 위력이 가시화하자 정부도 '3D 영화산업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진위는 2012년까지 208억원을 투입, 인력 양성부터 해외 배급까지 아우르는 3D 일괄지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2013년까지 컴퓨터그래픽(CG) 산업의 육성을 위해 2천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3D 영화 제작도 이어져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우리'를, 주경중 감독은 '현의 노래'를 3D로 제작하고 있다.
◇휘청거린 영진위 = 작년 강한섭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위기를 맞았던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도 집중포화의 대상이 됐다.
작년 9월 강한섭 전임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조희문 위원장이 올 초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등 각종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잦은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조 위원장은 지난 5월 독립영화제작 지원 사업 1차 심사 때 '내부 조율' 등 표현을 써서 '꽃 파는 처녀' 등 특정 작품을 거론하며 심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샀고, 이는 결국 조 위원장의 해임으로 귀결됐다.
공모 절차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영진위는 공모사업의 절차 및 과정을 제3자가 감시, 평가하는 외부통제시스템인 'KOFIC 청렴 옴부즈만' 제도를 12월 초부터 시행하며 투명성 제고에 나섰다.
◇해외영화제서 낭보 =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진출했고, 이 가운데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로 또 다른 공식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자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이 부문에 초청된 이후 26년 만에 거둔 쾌거다.
전수일 감독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제4회 제르칼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특별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도 제4회 아시아필름어워드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시'는 대한민국영화대상 감독상과 각본상, 부일영화상 각본상과 작품상, 대종상 각본상, 영평상 각본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주요 영화상을 싹쓸이했다.
◇해외진출..복귀..영면한 영화인들 = 배우들의 해외진출도 잇따랐다. 전지현은 웨인 왕 감독의 '설화와 비밀의 부채'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됐고, 송혜교는 왕자웨이 감독의 '일대종사'에 캐스팅돼 량차오웨이(양조위), 장쯔이, 장첸 등과 연기 대결을 펼쳤다.
정지훈(가수 비)은 '닌자 어쌔씬'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 주연을 꿰찼고, 장동건도 할리우드 자본이 대거 투입된 '워리어스 웨이'로 미국 관객들과 만났다. 정우성은 양쯔충(양자경)과 오우삼 감독의 '검우강호'에 출연했다.
이창동 감독의 '시'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윤정희는 '만무방' 이후 16년만에 스크린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그는 16년만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해외진출과 화려한 복귀한 배우들이 있었던 반면 부음소식도 이어졌다.
1960-70년대 주로 조연으로 풍미했던 트위스트 김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젊은 날의 초상'을 연출한 곽지균 감독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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