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과속스캔들'의 배우 차태현이 2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헬로우 고스트'의 주연 배우로서다.
'헬로우 고스트'는 자살을 꿈꾸는 남자와 귀신들이 동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차태현은 주인공 상만 역을 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차태현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밤샘 촬영을 마친 후 곧바로 상경했다고 한다. 차태현은 제주도에서 차기작 '챔프'(이환경 감독)를 찍고 있다.
그는 "헬로우 고스트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시나리오부터 코미디 장르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헬로우 고스트'는 시사 전부터 '과속스캔들'과 자주 비교됐다. 차태현이 '과속스캔들'의 성공 후 2년 만의 다시 한 번 코미디에 도전할 것이란 예측이 컸던 데다가 영화 홍보문구도 "이상하게 무거운 당신, 크리스마스엔 웃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사회를 통해 드러난 '헬로우 고스트'는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어느 장면에서 웃어야 할지 당혹스러울 정도로 영화는 코미디와 관련이 없다.
"차라리 오버 연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고민도 했어요. 그때마다 감독님이 감정을 누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죠. 모든 에피소드들이 결말과 연동해 있어 자칫 튀어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연기하면서 정말 고민 많이 한 작품입니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표정처럼 디테일한 연기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4명의 귀신이 차례로 상만의 몸으로 빙의(憑依)하기에 아이 귀신부터 노인 귀신까지 다양한 표정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1인 5역을 한 셈이어서 조금은 힘들었다. CG(컴퓨터그래픽) 대신 와이어 연기를 한것도 육체적으로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큰 고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헬로우 고스트'에서 주인공 상만은 자살을 꿈꾼다. 1995년 슈퍼탤런트로 데뷔해 드라마 '해바라기'(1998),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등을 거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차태현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더구나 코믹한 연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던 차태현에게 말이다.
가수와 MC로도 활동했던 차태현은 자살까지는 아니었어도 한때 "공황장애"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무대에 서면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난 2003년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주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911에 실려가기도 했다.
과중한 스트레스가 발병원인이었다. 다시 박차고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그를 짓눌렀다. '엽기적인 그녀'로 인기의 정점에 오른 그는 "뭘 해도 되던 시절"을 경험했지만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탓이다.
'언젠가 내리막길을 걷겠지'라고 각오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흔들렸다고 한다.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치려고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했다. 그럴수록 불안은 점점 그의 영혼을 잠식해갔다. 연예인 동료와의 대화가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생각보다 공황장애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많더라고요. 그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나아졌어요. '공중그네' 같은 소설책도 도움이 됐고요. 무엇보다 결혼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과속스캔들'이 '대박'이 났다. 관객 800만명을 돌파하면서 온갖 화제의 대상이 됐고, 차태현은 다시 주목을 받게됐다.
'과속스캔들' 이후에는 청춘물보다는 30대 중반의 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TV 예능 프로를 보면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배우로서 최소한의 신비감"을 지키기 위해 참고 있다고도 했다.
"스케줄 상 지금이야말로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하는 차태현. 그는 한고비를 넘겼기 때문인지 세상 무서운 줄도 알게됐고, "겁 없이 활동하던 시기보다는 지금이 더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차태현은 '챔프' 촬영이 끝나고 나면 사극에 도전할 예정이다. "조금씩 연기에 변화를 주고 있어요. 나름대로 치밀하지 않나요"라며 밝게 웃는 그에게 5년 후에 어떤 배우가 돼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25살부터 주연을 맡았어요. 꿈이야 다 이뤘죠. 5년 뒤에는 마흔에 어울리는 역할을 하겠죠. 저도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기대돼요. 악역 빼고는 거의 다 해봐서 사실 하고 싶은 역할은 별로 없어요. 그때는 바람피우는 아저씨 역을 할 수도 있겠죠."(웃음)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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