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대중이 보는 '아티스트' 장윤주(30)의 이미지는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데뷔 14년차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뉴욕 컬렉션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활약한 톱 모델인 그는 올해 초부터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이전과는 다른 박수를 받고 있다.
패션모델로서의 카리스마와 솔직한 말솜씨의 인간적인 면이 충돌하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고 '한국의 케이트 모스'라는 '엣지'있는 별명에는 '허접 윤주', '허당 윤주', '발연기 윤주' 같은 코믹한 별명이 더해졌다.
그런 그에게 11일 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는 다시 균형을 잡아 준 프로그램이다.
슈퍼모델이 되고 싶은 일반인들의 도전을 보여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도수코'에서 장윤주는 후배들에게 고언을 마다않는 카리스마와 탈락자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윤주는 '도수코'에 대해 "10년 넘게 보여온 시크한 이미지와 '무한도전'에서 생긴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준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자들에게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데뷔 때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독설하기, 너무 힘들어" = 장윤주는 "탈락자 선정 후에는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누가 독설을 하면 '자기들은 얼마나 잘났기에 저렇게 말을 심하게 하지'라며 분노했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진 엉망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제작진이 '더 카리스마 있게 해달라', '더 무섭게 해달라'고 계속 주문했거든요.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가를 해주자고 생각했지만 탈락자를 발표하고 나서는 안타까워서 울기도 했어요. 제작진에게 녹화 다음날 전화해서 '꼭 그 친구를 떨어뜨려야 했어요?'라며 따진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장윤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게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될 수 있는 한 알려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힘들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데뷔 당시를 돌아보기도 했다"는 얘기가 덧붙여졌다.
"출연자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션으로 와이어 촬영이나 수중 촬영도 해야 했고 추운 겨울에 바닷가에서 여름옷 입고 촬영을 하기도 했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이라는 축복을 받을 수 있잖아요."
장윤주는 중학교 3학년 때 모델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남들보다 서너 배는 긴 2년 반 동안 연습을 해야 했다. 나오미 캠벨이나 클라우디아 쉬퍼 같은 '예쁜 글래머' 모델이 대세이던 때에 170㎝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키인 그에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잠깐 포기를 하기도 했어요. '모델 일이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결심한 뒤에는 정말 힘든 게 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수영에 헬스에 쉬지 않고 운동했고요, 패션 잡지 보고 패션쇼 모니터하면서 패션 공부도 멈추지 않았고요."
◇"장르 안 가리고 감성 표현하는 일 멈추지 않을 것" = 장윤주는 '무한도전'의 '허접 윤주' 이미지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며 "'입에서 '웬일이야'가 저절로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PD가 '카리스마 있게 해주세요'라고 주문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무장해제가 되면서 이렇게 된 것이죠. 첫 방송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는 분명 카리스마 있게 했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실수한 것만 방송에 내 놓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저 이런 사람 아니거든요'라고 정색할 수도 없었죠. PD에게 신뢰가 있으니 '믿고 계속 가보자'고 한 것이죠."
그는 '무한도전'이나 '무릎 팍 도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던 경험이 모델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장윤주는 남궁연 밴드 객원 싱어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08년 싱글 앨범을 발표한 뒤 작년에는 첫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음악은 모델 활동과도 연관성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돼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우려를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지만, 오히려 모델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무한도전'에 나와서 농담 좀 했다고 10년 넘게 쌓아온 '엣지'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잖아요. 10년 넘게 '쉬크'하게 살았는데요."(웃음)
장윤주는 "장르를 가르지 않고 '감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나 방송 활동이나 딱히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바쁘게 재미있게 도전하면서 버라이어티하게 지내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저랑 맞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방송을 할 수도 있고요. 라디오 진행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음악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자연스럽게 제게 맞는 방식으로 감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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