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BS 2TV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아내 하희라와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최수종이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부부가 아닌 배우로 연기한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최수종은 9일 오후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하희라씨와는 집안에서 한번도 대사를 같이 맞춰본 적도 없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상대역에 대해 알아간다"고 말했다.
'프레지던트'는 3선 국회의원 장일준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최수종이 장일준, 하희라는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로 분해 극중에서도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최수종과 하희라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결혼 전인 1991년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19년 만이다.
최수종은 상대역으로서 하희라에 대해 "집문 밖을 나서는 순간 하희라는 배우 하희라다"며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다른 여배우와 연기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부부간 대립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럴 때는 진짜 눈에 핏발을 세우고 싸운다"고 말했다.
"하희라씨가 대사를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연기할 때 훨씬 잘할 수 있다고.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까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희라씨가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하는데 '그러다가 치겠습니다' 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는 "전라도에서 새벽에 내 분량 촬영이 끝났는데 감독님이 하희라씨 촬영을 30분 안에 끝내줄 테니까 같이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상대역이 다른 여배우라면 그리하겠느냐'고 말하면서 따로 올라갔다"며 "하희라씨도 앞서 똑같이 했다"고 웃었다.
아내와 동반 출연이 배우로서 그에게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19년 만에 같이 연기하다 보니 밖에서 좀 더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어제 하희라씨와 싸우는 장면을 안 끊어가고 길게 찍었는데 NG 없이 한번에 끝냈습니다. 감독님이 보고 정말 괜찮다고 말씀하셨어요. 잠을 못 자고 힘들지만 하희라씨한테 이기려면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종이 연기하는 장일준은 이율배반적인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는 대학시절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3년간 복역 후 유학가서 만난 재벌가 외동딸 조소희와 결혼한다. 이후 시민운동가를 거쳐 정계에 입문, 3선 의원이 된 그는 이념, 지역감정,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대통령에 도전한다.
최수종은 "왕처럼 권위를 내세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며 감성을 전달하고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이상의 나라로 만들어 가는 대통령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연기에 롤 모델은 따로 없다"며 "우리가 그려나간다는 생각으로 연기한다. 권위와 상하 수직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대통령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작 '대물'에 대해서는 "고현정씨가 연기를 잘한다"며 "멋지고 아름답고 카리스마 있다"고 치켜 세웠다.
그는 '대물' 출연진과 우연히 마주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며칠 전 '대물'과 한 건물에서 같이 촬영한 적이 있어요. 복도를 돌아서 오는데 고현정, 권상우씨와 딱 만난 거에요. 이상하게도 서로 인사를 나누기 전 한 1초 동안 셋이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야 '아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말하니까 권상우씨가 '고생 많으시다'고 하더라고요."
최수종은 "'대물'과는 다른 색깔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한다"며 "속내용은 조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겉표지는 정치 드라마지만 실제로는 가족사,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많이 그려집니다. 저희가 사람들한테 감동을 줘서 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네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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