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못생긴 얼굴, 형편없는 성적, 어디 하나 잘난 재주가 없어 친구들의 따돌림과 가족들의 구박을 받아야했던 왕따 소년.
그런 그에게 삼류 지방악사로 생계를 전전하는 삼촌이 어느날 "록이 너를 왕으로 만들어줄거야"라고 이야기한다.
그때부터 소년은 형 기타를 몰래 훔쳐서 레드 제플린 음악을 따라치기 시작했고, 몇 개월간 형의 괴롭힘과 친구들의 무관심 속에서 기타 연습에만 몰두한 결과 마침내 친구와 선생님들 앞에서 놀랄만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기립박수를 받게된다.
왕이 된다는 기분을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본 소년은 그때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생의 목표를 정한다.
그가 바로 1986년 데뷔한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45)이다.
지난해부터 출연 중인 KBS 2TV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으로 '국민 할매'라는 별명을 얻고 예능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김태원은 그에 앞서 25년 가까이 그룹 부활을 이끌어온 록커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은 김태원의 음악 인생을 그린 4부작 '락락락'을 11일과 18일 밤 10시15분 각각 2회씩 방송한다.
연출을 맡은 이원익 PD는 8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락락락'의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원 씨는 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과 함께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린 인물"이라며 "음악에서 정상에 선 분이 또다른 정상에 있는 신대철 씨의 연주를 듣고 굉장한 좌절감에 빠지고 기타를 놓을 생각까지했다는 얘기를 듣고 생존한 인물이지만 한번 드라마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지막 콘서트' '네버엔딩스토리' 등 주옥같은 곡들을 만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록음악을 계속 해온 김태원은 대마초 흡연으로 두 차례 수감 생활을 하고 부활의 잦은 멤버교체와 결별 등으로 파란만장한 음악 인생을 살아왔다.
김태원은 "나 자신에 대해 아주 신랄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드라마를 봤을 때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다 얘기했다. 그것은 나를 통해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조명받기를 바라서였다"며 "내 마음처럼 여러분들도 시험보듯이가 아니라 즐기면서, '저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 드라마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록커에서 웃음을 주는 '국민 할매'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김태원은 "최근 2년간 난 태어나서 겪지 못했던 놀라운 일들을 겪고 있고 오늘 이 순간도 상상조차 못했던 한 장면"이라며 "내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부활의 이야기인 까닭에 드라마에는 실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태원 역을 맡은 노민우는 그룹 트랙스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드러머이고, 이승철 역의 이종환은 뮤지컬 배우다.
부활 1기 멤버이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로 유명한 이태윤 역은 더자두의 베이시스트 출신 강두가, 신대철 역은 넥스트의 전 기타리스트 데빈이 맡았다.
또 가수 김종서와 그룹 클릭 B 출신 기타리스트 노민혁도 출연한다.
김태원은 극중 자신을 연기하는 노민우에 대해 "내가 노민우처럼 생겼다면 1980년대 우리나라를 장악했을 것"이라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초년에 고생을 했지만 내 얼굴은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 만족한다"며 웃었다.
노민우는 "내가 1986년생인데 부활의 1집 앨범이 그해 나왔더라. 그 사실을 알고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부활 초창기 때 사진을 보며 김태원 씨의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카피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할수록' 등 부활의 명곡들을 드라마를 보고 다시 들으면 다르게 들릴 것이고 가슴이 아플것"이라고 말했다.
노민우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노민혁과 함께 실제 기타 연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김태원은 노민우의 연주에 대해 "저 나이 때 난 저렇게 못 쳤다. 우리 때는 마땅한 학원도 없었고 그저 레코드를 들으며 연습하거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미 페이지를 선생으로 모시고 연습했다"며 "지금 노민우 씨는 내가 기타를 15년 정도 쳤을 때의 상황"이라고 칭찬했다.
드라마에는 김태원의 가슴에 아련히 남은 첫사랑과 현재의 부인의 이야기도 그대로 나온다.
김태원은 "첫사랑에 성공해 지금 그녀와 같이 살고 있다면 '사랑할수록'이나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같은 곡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지금 아내를 만났기에 '회상Ⅲ'를 작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활의 원년 멤버이자 이번 드라마에서 어린 김태원의 삼촌으로 출연하는 김종서는 "연기도 했지만 녹음도 했다. 내 하이 보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극중 김종서 역을 맡은 친구의 노래를 녹음해줬다"며 "이 드라마가 잘되면 내 덕"이라며 웃었다.
제작진은 "열정적으로 음악을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며 "열등감에 시달리는 이 땅의 모든 청춘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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