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동명의 영화제목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에 뭔가 알 수 없는 거대 세력의 음모가 도사린다고 믿고 있다. 드디어 그 음모의 실체가 드러났다. 아니 바로 여러분이 그 음모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바로 <콜오브듀티: 블랙옵스>(이하 <블랙옵스>) 덕분이다. <콜오브듀티>, 이름이 프랜차이즈화한 FPS의 대명사이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의 감동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새로운 <콜오브듀티>가 등장했다. 매년 제작사가 번갈아가며 만들던 <콜오브듀티>의 새로운 버전 <블랙옵스>는 트라이아크사가 제작했다. 두 제작사가 같은 프랜차이즈를 만들기 때문에 미묘한 비교가 되긴 하지만 항상 기대만큼의 게임성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하다.
인트로와 구성이 기존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생각한다면 낯설 수 있지만 영화와 같은 몰입도를 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면 거부감은 덜할 것. 주인공 ‘메이슨’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쿠바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는 것부터 시작한다. 쿠바, 베트남 등 우리가 아는 역사의 순간들에 게임은 기대고 있다. 카스트로, 케네디, 그 시대에 이런 장치들은 음모이론을 위해 준비된 무대와 같다. 특히 메이슨의 산발적인 기억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는데 마치 영화 <메멘토>를 보는 것 같다. 물론 그에 버금가는 반전도 빼놓지 않았다. <블랙옵스>가 재미있는 것은 이런 영화적인 장치들이다. 액션영화나 유명한 영화의 장면, 보기만 해도 ‘아 저 장면은…’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한 영화 장면들을 오마주해 영화적인 몰입도를 준다. 충분히 블록버스터 액션스릴러 장편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메이슨에 얽힌 다양한 상황과 반전들을 보면 스토리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게임 연출을 영화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린 <콜오브듀티>의 연출은 <블랙옵스>에 이르러 거의 완성에 가깝지 않나 생각될 정도. 가령 러시아의 로켓이 부서지는 장면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주인공, 그 아찔한 느낌과 스케일은 어지간한 액션영화는 따라오기 힘들다.
<블랙옵스>에서 기존 시리즈와 차별되는 특징적인 부분은 오토바이나 헬리콥터 등의 이동수단을 실제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뮬레이션의 조작을 생각하면 안된다. 제한된 자유도지만 각종 탈것은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아쉽게도 조종은 못하지만 SR-71블랙버드까지 등장해 탑승의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기존 시리즈도 탈것을 제공하지만 다소 제한적인 움직임을 주었다면 <블랙옵스>는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자유도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장비 고증이 맞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단점. <블랙옵스>는 본 게임이 전부가 아니다. 엔딩을 보고 난 뒤 허허로운 마음까지 신경을 써준 제작진은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좀비모드’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이번에는 엔딩을 보고 난 뒤 바로 이어서 시작되는데 전직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등 마치 <레프트4데드>의 포스터를 보는 장면을 연출하며 좀비들을 때려잡을 수 있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꽉 채운 느낌이 드는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다. 숨겨진 아케이드 게임과 다음 시즌의 <콜오브듀티>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는 숨겨진 장치를 찾는 재미도 있다. FPS의 팬이라면 필수 구매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