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임수정은 다양한 표정을 지닌 배우다. '몸뻬 바지'를 입으며 하루하루를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시골 여인(행복.2007)에서 무표정한 사이보그 같은 인물(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까지 자유롭게 변신한다.
때로는 단발을 휘날리며 말을 타는 풋풋한 말괄량이(각설탕.2006)이기도 하고 서릿발같이 차가운 요부(전우치.2009)로도 등장한다. 금방이라도 울먹일듯한 표정 안에는 세밀하게 퍼져가는 웃음도 서식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선머슴 같은 인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김종욱 찾기'를 통해서다.
여기서 뮤지컬 무대감독 서지우 역을 맡는다. 첫사랑을 찾아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남자 주인공 한기준(공유)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다.
영화 개봉(9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임수정을 만났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밝은 역이에요. '각설탕'의 여주인공이 소년 같은 느낌을 줬다면 이번에는 30대 초반의 터프한 직업 여성역이죠."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쑤셨다.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딱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는 그는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에 스토리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를 기다렸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이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뮤지컬 연출가 출신이다. 상대역인 공유 또한 군 복역으로 3년간 연기를 쉬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을 연출한 최동훈이라는 걸출한 감독과 '흥행 보증수표' 강동원과 함께한 전작 '전우치'와 비교하면 고개가 갸웃거리는 선택이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영화를 어떻게 만들 지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어요.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부분은 스태프가 도와줄 수 있는 거예요. 중요한 건 영화를 어떻게 만들 지에 대한 구상인데, 장 감독님은 그 부분이 명확하셨어요."
"공유씨요? 연기를 쉬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긴장감이 있었죠. 하지만 천생 배우던데요? 금방 현장 분위기도 장악하고, 애드리브도 많이 쳤어요. 저와의 호흡도 물론 잘 맞았고요. 제가 더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웃음)
공유는 한때 열애설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간간이 열애설에 흘러나온다.
"부담이나 감정적인 흔들림이 있으면, 작품도 함께 안 했겠죠. 시간이 꽤 흘렀는데 함께 출연한 게 이렇게 회자할 줄은 몰랐네요. 혹시 모르죠. 그런 이야기(염문설)들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될 지도요." (하하하)
영화는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지우는 첫 사랑을 잊지 못한다. 더 정확히는 첫 사랑과의 사랑이 깨질까 봐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고 회피한다.
임수정이 기억하는 자신의 첫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기억은 나는데, 저 자신을 뒤흔들 정도의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임수정은 사랑하게 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과(過)한 건 항상 문제가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빠지면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결혼을 꿈꾸는 타입은 아니다"는 그는 "언젠가는 결혼해야겠지만 많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연애는 기회가 되면, 될수록 많이 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연애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수정의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인다. 표정 변화도 섬세하지만, 영화의 서사적 흐름에서 엇나가는 과장된 연기가 없다. 파트너 공유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뒤 맥락을 정확히 아는, 즉 편집포인트를 정확히 아는 배우"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연기에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 그 자체가 되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테크닉을 발휘해서 한 장면을 잘 넘어갈 수는 있어요. 감독님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영화를 보시는 관객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아세요. 기술만 들어간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찌르지 못해요."
임수정은 지난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다. "번쩍하는 영감을 주는 작품이 아니고서는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종욱 찾기'의 홍보활동이 끝나면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차기작을 물으니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한다. 일단 현빈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제목 미정)는 내년 봄에 개봉한다.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저예산 영화다.
공포, 멜로, 액션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는 중인 그는 "언젠가 베드신에 도전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30대에 접어든 임수정.
"여배우는 30대 때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폭넓은 배역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할 수 있는 연령대의 폭이 어마어마 한 거예요. '라비앙 로즈'에 출연한 마리온 코틸라르가 그랬듯,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코틸라르가 20대부터 60대까지 연기한 '라비앙 로즈' 같은 작품은 배우로서 정말 탐나는 도전이죠."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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