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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옷을 벗으라니요?
2010-12-06

서상덕 인디스토리 홍보팀

2010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영상의 한 장면.

홍보팀 일을 하면서 마케터, 모더레이터, 차가운 도시 남자 등 많은 수식어가 생겼다. <초능력자>의 고수가 외쳤던 “유토피아 임 대리”보다 훨씬 전부터 ‘인디스토리 서 대리’라고 외치고 다녔던 내게 최근 액터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12월9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영상을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백승화 감독이 맡게 되었고, 그는 남자 배역에 내가 적격이라 설득했다. 나는 긴장했지만 영화감독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외모겠지 하는 정도의 의미를 담은 미소로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나는 가녀린 여주인공 얼굴에 사정없이 주먹을 날리는 파렴치하고 무식하면서도 몰지각한 악당 권투선수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일단 하기로 했는데 내게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상의 탈의를 위한 준비였다. 남은 기간은 단 5일. 단백질이 내 가슴에 머물기를 바라며 끼니때마다 닭가슴살만 먹었다. 밤에는 헬스장이라 불리는 지옥에서 내 몸에 가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통을 주었다. 파이터의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철사장, 탄지신공 등의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트래비스처럼 거울에 대고 ‘유 토킹 투 미?’ 따위의 말을 지껄이고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시뮬레이션 훈련도 했다. 촬영 당일 콜타임은 오전 9시, 여주인공의 단독 컷 촬영이 시작됐다.오전이 지나고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여배우를 다 찍고 오후 5시부터 내 분량 3컷(!)을 찍는다고 했다. 와우. 8시간 동안 팔굽혀펴기를 했더니 물먹은 걸레처럼 팔이 따로 놀았다.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웬 오징어가 권투하고 있는 영상을 보면 이 글을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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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