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8월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해제된 이기찬(31)은 2년 여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차분한 말투도, 진지한 눈빛도 예전 그대로였다.
군 복무를 마친 후 3개월 동안 신곡 준비를 하고 일본 오사카에 머물며 에세이집을 썼다. 2일에는 디지털 싱글 '러브(L.O.V.E)'를 발표했고 내년 1월 에세이집을 출간한다.
이기찬은 1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절실함이 생겼다"며 "가수의 꿈을 실현하고 4-5년이 흐르자 모든 게 익숙해졌다. 2년여의 공백기가 무대에 대한 절실함을 다시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대학 총무과 우편실 공익근무요원으로서 군복무를 했다.
"우편물이 오면 부서별로 분류하고 학교에서 발송할 우편물에 우표를 붙여 보내는 업무를 했어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주위에서 신기해 하니 저도 연기하는 것 같고 '내가 왜 여기에 있지'란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생활에 금세 적응되더군요."
소집해제되면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새벽 4-5시에 잠이 드는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다며 웃는다.
1996년 고등학생 시절 데뷔한 그는 입대 직전인 2008년 낸 10집 인터뷰에서 "군 복무 이후의 음악 행보가 정말 중요하다"며 "윤상, 김동률 등의 싱어송라이터 선배들처럼 프로듀서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는 이날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미 자신의 4집 전곡의 작사, 작곡은 물론 최근 가수 유승찬의 음반 타이틀곡도 작곡했던 그다. 그러나 히트곡 대부분이 유명 작곡가들의 곡이어서 이런 이미지가 부각되진 못했다.
"노래 하나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니 제 곡도 직접 쓰고 동료 가수들의 음반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배용준 씨의 여행 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곡 작업을 했고, 신인 가수들의 프로듀싱도 맡았어요. 분당에 마련한 작업실에 처박혀 있죠."
더 나아가 그는 지금껏 감춰졌던 자신의 다양한 역량을 선보이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런 기회를 하나씩 만들고 싶어 블로그(blog.naver.com/buzz_channy)를 개설하고 트위터도 시작했다. 발라드곡 2-3곡 부르고 은퇴할 게 아니니 마음의 문을 열고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대중과 오래 호흡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필요하다"며 "윤종신 선배는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해 과거 '너의 결혼식'의 윤종신이란 틀을 깼다. 나도 예능, 연기에도 도전해 '감기' '또 한번 사랑은 가고'의 이기찬이 아닌 이기찬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디지털 싱글 '러브'는 전방위 활동을 위한 '워밍 업'이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슬픈 발라드가 아닌 슈프림팀이 랩 피처링한 미디엄 템포의 '달달한' 곡이다. 그는 오랜만의 복귀곡이 성공할 것 같냐고 묻자 "잘 될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음반을 내려했는데 준비가 늦어져 겨울에 어울릴 캐럴 분위기의 곡을 먼저 낸 겁니다. 제 노래 중 미디엄 템포의 곡은 드물죠. 슬픈 발라드만 부르는 가수에서 다른 이미지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음반은 내년 초 낼 건데 부담이 크네요."
올해로 이기찬은 데뷔 15년째를 맞았다. 음악 유행은 계속 변했고 지금은 아이돌 가수 시대. 30대의 발라드 가수가 살아남는 법을 묻자 잠시 답변에 뜸을 들였다.
"눈에 아이라이너 안 그리고 춤 안 추는거요? 하하."
그러고는 농이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진정성인 것 같다"며 "사람이 기쁘고 즐거울 때가 있으면 슬프고 힘들 때도 있다. 지금은 아이돌 가수의 화려함이 커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바람 불면 추억을 건드릴 발라드 하나쯤은 필요할 것이다. 시류보다 내가 잘하는 걸 할 테지만, 내가 잘하는 것과 대중에게 잘 보여지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그 접점을 열심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그가 새로이 뛰어든 분야는 책 출간. 8-10월 홀로 오사카에 아파트를 빌려 나라, 교토, 고베 등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생각을 글로 풀어냈다.
"여행기는 아니예요. 제 경험, 생각, 주변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겼죠. 두달 간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는데 어렵더라고요. 문학 소설보다 가볍고 잡지보다 무거운 내용을 담으려 했어요."
독학으로 일본어 실력을 갈고 닦은 그는 내년 일본 활동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미 2006년 도시바EMI를 통해 싱글 한장, 2007년 소니뮤직 재팬을 통해 싱글 한장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예전에 섣불리 도전했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며 "그때 경험에 비추면 일본은 우리와 시스템이 꽤 달랐다. 내년 일본 활동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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