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고현실 기자 = 북극 아래 첫 땅인 동토 지대 툰드라, 중국ㆍ몽골ㆍ러시아를 따라 도도히 흐르는 아무르강, 천년의 비밀을 지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
연말연시 안방극장이 대작 다큐멘터리들로 술렁이고 있다.
SBS가 지난 14일 '최후의 툰드라'의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MBC도 명품 다큐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3번째 편인 '아프리카의 눈물'을 다음 달 3일부터 내 보낸다.
EBS가 캄보디아 국영방송사 TVK와 제작한 '앙코르 문명'은 내년 1월로 방송 일정이 잡혀 있으며 KBS 역시 생태 다큐멘터리 '동아시아 생명 대탐사, 아무르'의 막바지 후반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방송사가 이렇게 대작 다큐멘터리를 잇달아 내놓는 것은 다큐멘터리 제작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데다 쉽게 보지 못한 오지의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MBC의 '지구의 눈물' 시리즈처럼 시청률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의 등장도 큰 자극제가 됐다.
'최후의 툰드라'를 연출한 장경수 PD는 24일 "시간과 돈이 충분히 주어지면 상당히 좋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로 제작 수준이 올라갔다"며 "오지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도 생각보다 커서 상품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극 아래 첫번째 땅..'최후의 툰드라' = SBS가 방송 중인 '최후의 툰드라'는 지난 14일과 21일 각각 전파를 탄 1부와 2부 방송에서 각각 12.3%와 12.2%(이상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요일 밤 11시대 방송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반응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만듦새와 영상미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제작진의 카메라가 향한 툰드라는 시베리아의 야말, 한티, 타이미르, 캄차카 반도를 아우르는 지역으로 태고의 자연환경과 삶의 방식을 간직한 곳이다.
지구 면적의 20%를 차지하지만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땅으로, 1년 중 7개월은 기온이 영하 50~60도까지 떨어지고 여름이면 들끓는 모기떼로 순록이 목숨을 잃기도 하는 곳이다.
SBS는 창사 20주년을 맞아 제작비 9억여원과 13개월의 사전조사, 300여일의 현지 촬영을 거쳐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DSLR 카메라인 캐논의 EOS 5D 마크 2로 찍어 색감을 높이고 화면구성을 다양화했다.
총 4부작으로, 현재 1부 프롤로그와 2부 '툰드라의 아들' 편을 이미 방송했으며 곰 숭배 의식을 행하는 원주민 한티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곰의 형제들', 툰드라에서 펼쳐지는 샤먼 의식을 담은 '샤먼의 땅'이 각각 3부와 4부로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제작진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대 에너지기업들이 툰드라에 묻힌 자원을 노리고 속속 진출하면서 현지 유목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아프리카가 주는 충격..'아프리카의 눈물' = MBC가 다음 달 3일 밤 11시5분 첫방송하는 '아프리카의 눈물'은 지구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다룬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다.
각각 2008년과 2009년 12월 방송된 시리즈의 전작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얻었으며 극장판으로 다시 편집돼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기도 하는 등 지상파 방송에 대작 다큐멘터리 제작 붐을 가져오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눈물'을 통해 제작진은 '시각적이고 관념적인 충격'을 보여줄 계획이다. 기존에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뛰어 넘는 시각적인 충격과 아프리카에 대한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관념에 대한 충격을 함께 전달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총 제작비 12억원을 투입, 1년간 사전 취재하고 307일간 현지 촬영했다. HD 카메라와 360도 회전이 가능한 항공 촬영 장비 '시네플렉스'(Cineflex), 한국에서 현지로 공수해 가져간 지미짚 카메라로 아프리카의 광활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모두 5부작이며 '프롤로그, 뜨거운 격랑의 땅'을 시작으로 '오모계곡의 붉은 바람' '사하라의 묵시록' '킬리만자로의 눈물' 등 본편 3편과 '에필로그, 검은 눈물의 시간 307일'을 방송한다. 내레이션은 연기자 현빈이 맡았다.
연출을 맡은 장형원 PD는 "'아마존의 눈물'이 원시에 대한 동경과 판타지를 활용한 다큐멘터리라면 '아프리카의 눈물'을 통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가장 무구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모순을 알려주며 지성과 양심에 충격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생태와 문화의 원류..'…아무르' = KBS의 '동아시아 생명대탐사 아무르'는 그동안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좀처럼 다뤄지지 않은 미답지, 아무르강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무르강은 동북아시아의 생태와 문화의 원류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지만 접경지역인데다 한대인 까닭에 접근이 어려워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적이 거의 없다.
아무르강은 몽골에서 발원해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을 가르며 흐르다가 오호츠크해로 흘러들어가는 길이 4천400㎞의 거대한 강이다.
호랑이, 표범, 사향노루, 두루미, 귀신고래 등 세계적 관심이 쏠린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서식지이며 선사 시대 인류의 생존 방식을 알려주는 순록과 말 등 유목 문화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제작진이 투입한 제작기간은 1년에 이른다. 제작비 9억원, 촬영일수 210일을 들여 만들어졌으며 12월 중 프롤로그인 '깨어나는 신화'를 선보인 뒤 내년 3월 3편의 본편 '초원의 오아시스' '타이가의 혼' '검은 강이 만든 바다'와 에필로그 '아무르강 4400㎞'를 잇따라 방송한다.
이 지역이 다큐멘터리 카메라에 담긴 적이 거의 없는 까닭에 제작진은 열악한 제작 인프라와 부족한 현지 정보를 뛰어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장기간 잠복 촬영을 통해 야생 동물의 모습을 담아내야 했고 길이 제대로 없는 곳도 많아 말, 순록 썰매, 장갑차, 헬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
헬기 짐볼촬영, 스테디캠, 지미짚, 초고속 촬영, 수중 촬영 등을 통해 아무르강 주변의 대자연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3D로 담은 앙코르 와트 = EBS가 내년 1월초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2부작 '앙코르 문명'은 항공 촬영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이 3D로 제작된다. 현지 촬영을 돕기 위해 캄보디아 국영방송사 TVK가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진은 앙코르 와트의 과거와 현재를 담기 위해 3D 실사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했다. 캄보디아 현지 배우가 참여하는 재현 드라마가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초부터 기획, 제작에 나선 제작팀은 지난 8~9월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촬영을 마치고 현재는 마무리 작업 중이다. 총 제작비는 8억5천만원으로 제작비와 별도로 3D 장비를 구축하는 데 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
EBS는 3D 촬영을 위해 소니사의 3D 카메라인 P1 1조와 근접 촬영이 가능한 독일제 직교식 리그(카메라 받침대)를 도입했다.
제작진은 앙코르 유적의 건설과정과 함께 건축적인 요소도 사실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앙코르톰 왕궁 발굴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프랑스 고셰 박사와 호주의 첸들러 박사 등 관련 전문가 10여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1부 '앙코르와트'에서는 앙코르와트의 건축과정과 기법, 숨겨진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2부 '앙코르톰'은 앙코르 왕국의 수도인 앙코르톰을 건설한 자야바르만 7세의 업적을 조명하고 당시 왕실과 서민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해설은 배우 정보석이 맡았다.
김유열 CP는 "앙코르와트가 가진 건축물로, 웅장함 때문에 3D로 찍기에 적절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며 "3D 영상을 통해 앙코르와트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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