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배우 장동건이 돌아왔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후 1년여 만이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자신감 넘치는 젊은 대통령에서 이번에는 천하제일고수 역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할리우드 진출작이라 할 수 있는 '워리어스 웨이'의 개봉을 앞두고 2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배우 장동건을 만났다. 영화는 다음 달 2일 한국에서, 하루건너 3일에는 미국에서 개봉한다.
장동건이 맡은 텅빈 눈동자라고 불리는 남자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가슴은 뜨거운 인물이다. 냉혹한 검사(劍士)에서 사랑을 느끼는 남자로, 그리고 마을을 구하는 영웅으로 변모해 간다. 가슴 속 변화는 요동치지만 뜨거운 속내를 숨긴 채 차가운 겉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의 온도와 기울기가 달라지는 인물을 찡그린 표정과 눈빛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도전이었을 건 분명하다.
"'눈에 힘만 주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연기하니까 다른 작품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데 그걸 억눌러야 하니 힘들었죠."
또 다른 어려움은 홀로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이다. 영화는 대부분 세트 촬영인데다가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소품도 없이 그린스크린에서 찍은 장면들이 있어요. 상대 배우의 리액션을 받을 수 없었죠.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는데 나중에는 답답하더라고요. 배경이 사막인데, 사막이면 바람도 불고 햇살도 내리쬐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없었죠."
영화의 시대ㆍ장소는 모호하다. 닌자 같은 살수들이 등장하고, 서부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잡이들도 나온다.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고, 판타지가 뒤섞여 있다.
자신이 맡은 남자주인공이 닌자처럼 보여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제가 이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는 '또 닌자냐'라는 말이 돌았어요. 그런데 사실 서양에서는 '닌자=일본'이 아니거든요. 그저 동양 무사를 닌자라고 여겨요. 닌자가 일본의 콘텐츠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요."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는 데뷔 때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워리어스 웨이'에서 호흡을 맞춘 케이트 보즈워스조차도 "세계의 어떤 여성이 보더라도 장동건 씨는 잘생긴 배우다. 그건 명백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미남이라는 장점을 배우로서 활용해 본 적은 별로 없다고 한다. '무극'(2005)에서는 "누더기"를 입고 뛰어다녔고, '워리어스 웨이'에서도 후줄근한 옷을 입고 연기했다. 현재 촬영 중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에서는 군복을 입고 진흙 바닥을 뒹군다.
"이제는 도시에서 양복 입고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강제규 감독님도 다음에는 '양복'입고 연기하자고 말할 정도죠. 제가 한참 좋았을 때 좋은 옷 입고 나오는 영화가 왜 없을까요? 잘생겼다고 인정하는 게 예전에는 굉장히 쑥스러웠던 것 같아요. 대중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 '무극'에 이어 3번째 해외에서 영화를 찍은 그는 "경험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며 앞선 경험 덕택에 중국에서 찍은 '무극'보다 이번 영화가 연기하기 더 수월했다고 했다.
"영화 찍는 건 세계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의 임무는 항상 똑같죠. '다르지 않구나', 영화 현장은 '똑같구나'라는 데서 오는 자신감은 생겼습니다."
올해는 일로도 바빴지만, 개인적으로도 부산한 한 해였다. 지난 5월 톱스타 고소영과 결혼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첫 아들도 얻었다. 장동건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좋은 아빠가 됐을까. 현재까지는 "좋은 아빠"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한다. 바쁜 일정 탓이다.
"결혼 이후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지금 군산에서 '마이 웨이'를 찍고 있어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반 정도 됐는데 얼굴을 두 번 정도밖에 못 봤어요. 신생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최근에는 한 복지단체에 1억원을 기부했기도 했다. 신생아들과 미혼모들의 복지를 위해서다.
"우리의 행위가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그 영향을 좋은 쪽으로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기부는 지속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그에 대해 색안경을 끼는 시선도 있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개의치 않고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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