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김병규 기자 = KBS이사회가 수신료를 월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1천 원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이제 수신료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심의를 남겨두게 됐다.
KBS는 22일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신료를 통해 연평균 2천92억 원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된다고 소개하고 "건전한 재정을 확보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현재 40% 안팎인 광고 비중을 그대로 둠으로써 경기 회복과 KBS의 광고 영업에 따라 이 분야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KBS가 올 상반기 1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상안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KBS는 "통상 하반기에 예산 집행이 집중되는 구조라 상반기 흑자만으로 1년 손익을 판단할 수 없으며, 디지털 전환 작업에 5천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 5천500억 원 필요" = KBS는 그간 선진국 공영방송과 비교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왔다.
현재 월 2천500원인 KBS의 수신료는 영국 BBC의 9분의 1, 일본 NHK의 7분의 1 수준으로, 이는 KBS 총 재원의 40%에 불과해 그간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에 재정을 의존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고 더 나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 2012년 말까지 디지털 전환 작업에 5천500억 원이 필요한데, 이를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KBS는 수신료 인상으로 얻는 수익을 디지털 전환 작업에 투입하고, 수신료가 인상되면 EBS에 대한 지원을 현행 156억 원(수신료의 3%)에서 368억 원(수신료의 5%)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최근 2년간 예산 문제로 기획하지 못했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대거 제작하는 등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얼마 전 단행한 주말 오후 10시 이후 2TV에 공익적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편성을 계속 이어가는 등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인규 KBS 사장은 또 자신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무료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인 '코리아뷰(KoreaView)'의 청사진을 재차 밝히면서 이에 주력할 뜻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현재 전체 시청자의 20%인 970만 명, 370만 가구가 경제적 이유로 지상파 5개 채널만 시청할 수 있다"며 "2013년부터 방송이 전면 디지털로 전환되면 이들은 수백 개의 채널 중 단 5개의 지상파 채널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료 지상파 플랫폼이며 KBS가 이의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광고 현행 유지는 바람직하지 않아" =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그 반대급부로 광고 비중 축소가 따라야 한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지만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광고 비중을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1천 원 올리는 대신 광고 비중에는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의 야당 측 이사들은 KBS가 광고 비중을 줄이게 되면 그로 인해 남게 된 기업들의 광고비가 현 정부의 추진사업인 종편채널 지원에 흘러들어 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KBS의 광고 비중에 손 대는 것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KBS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추가로 광고 수입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KBS는 수신료가 1천 원 인상되면 전체 재원 중 광고 비중이 현재의 41.6%에서 34.9%로 하락한다고 밝혔지만 이 수치는 광고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 가능하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에 비해 광고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 상황에서 KBS 이사회가 수신료만 인상하고 광고 비중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KBS가 광고 비중을 줄여서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방향으로 공영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광운대 교수는 "광고 비중은 20% 미만으로 축소해야 세계적 수준의 공영방송이라 할만한데 이번에 수신료는 인상하면서 광고 비중은 손대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밝혔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는 "광고에 관한 부분은 완전 폐지를 하거나 가장 비싼 프라임타임 광고를 폐지하는 두 가지 논의가 가장 중요한데 그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에서 그간 KBS 이사회는 의미없는 숫자놀음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추가 수입의 사용을 철저하게 관리할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공정성.독립성 확보 여전히 숙제 = 그간 많은 시민단체들은 KBS의 공정성,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해왔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은 공영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부분인 만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경영의 합리화와 공정성, 공영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인규 KBS 사장은 "KBS는 '공영성평가부'를 신설, 모든 프로그램의 품질과 경영효율성에 있어 공공성을 담보할 총체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의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방식을 도입, 공정성을 엄정하게 평가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독립성 확보를 위해 KBS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