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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웃기는 상황극..'이층의 악당'
2010-11-16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남편을 잃고 딸 성아(지우)와 살아가는 연주(김혜수)는 돈이 궁해 2층에 세를 놓는다.

어느 날 모녀 앞에 세입자 후보 창인(한석규)이 나타난다.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그는 임차기간을 놓고 연주와 옥신각신 한 끝에 두 달간 2층을 빌리기로 한다.

연주 모녀가 집을 비운 낮 시간. 창인은 이 집에 숨겨진 시가 20억짜리 백자를 찾고자 2층을 이 잡듯 뒤지지만, 소득이 없다. 결국, 1층을 뒤지기로 하고 열쇠를 얻기 위해 창인은 연주를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이층의 악당'은 이층집, 연주의 가게, 성아의 학교, 창인 동업자의 회사 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부분 상황은 이층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웃음을 주기는 쉽지 않다. 웃음을 동반할 만한 소재와 상황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2005)으로 주목을 끈 손재곤 감독은 최근 한국 코미디영화에 범람하는 주연 배우들의 개인기보다는 정교하게 구축된 코믹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간다.

영화 중반 등장하는 지하실 장면이 단적인 예다. 백자를 찾으려다 우연히 갇히게 된 창인은 지하실에서 나오려 발버둥치지만,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 과정에서 찌들어가는 창인의 모습, 굳건히 잠긴 열쇠, 이리저리 집안을 돌아다니는 연주와 성아의 움직임이 모두 웃음을 유발한다.

'백자를 훔쳐야 한다'는 창인의 상황 속으로 수렴하는 대사들도 웃음을 준다. 물건을 훔치기 위해 성아에게 "학교에 가야한다"고 종용하거나 연인이 된 후 "오늘 출근하지 말까"라는 연주의 말에 "현대 여성은 일하는 게 아름다운거야"라고 말하는 창인의 대사 등이 그렇다.

'이층의 악당'은 이처럼 '백자를 훔친다'는 대전제 속에 슬랩스틱, 코믹한 상황, 대사 등이 맞물리고 중첩되면서 웃음의 크기를 키우는 세밀한 코미디다. 올해 나온 한국 코미디 영화 중 단연 돋보인다.

영화는 한석규ㆍ김혜수가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코미디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특히 관록 있는 연기자가 재능있는 연출가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한석규는 나직한 목소리와 점잖은 표정을 짓다가 돌연 불한당으로 돌변하고, 김혜수는 굴곡진 감정을 타고 넘는다. 그 과정이 모두 자연스럽다.

빈약한 소재를 의식한 듯 영화는 초반부터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커트와 대사의 호흡은 가파르다. 상영시간 115분간 2천600커트가 들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초반 커트가 가장 많고 빠르다. 007 분위기를 풍기는 듯한 음악도 신비감과 동시에 친숙함을 느끼게 해준다.

11월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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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