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오늘 초인이라고 우기는 당신을 인터뷰하러 온 기자입니다.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부릅뜨고 충혈된 눈으로) 에잇! 으으으으윽!
-왜 그렇게 눈에 힘을 주고 계시죠? 키 크고 잘생긴 분이 그러시니 좀 불편하네요. =아니, 너는 왜 통하지 않는 거지? 내가 이렇게 눈에 힘을 주고 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도대체 너 뭐하는 놈이야!
-나? 유토피아21 주 대리야, 이런 개… 암튼 어깨가 뻐근하고 가슴팍이 좀 욱신거리긴 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네요. 그러니 이제 괜한 장난은 그만하시고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시죠. 언제부터 자신이 초인이란 걸 알게 된 거죠? =뭐 그냥 태어날 때부터 이랬죠. 사실은 오히려 콤플렉스였어요. 왕눈이라고 놀리고 계집애 같다고 장난치고 하니까 화가 났죠. 짝꿍하고 나는 왜 이렇게 다를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키까지 쑥쑥 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또래 친구들과 호흡하는 공기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냥 포기하게 됐어요. 키는 크는데 얼굴은 자꾸 작아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딱히 눈에 힘을 안 줘도 지나가는 여자들이 저만 보면 멈칫하고 서버리는데, 그게 뭐 제 뜻은 아니잖아요. 그냥 전 가만히 있었을 뿐이거든요. 남들과 다르다는 거 정말 힘들어요.
-아무튼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어쩔 수 없군요. 재수가 좀 없긴 하지만. =저의 이 훤칠한 기럭지와 외모를 보고도 제가 초인이라는 사실을 못 믿는 사람은 없겠죠.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이상적 인간, 니체가 말한 중간자로서의 인간을 극복한 초극적인 절대자로서의 초인(超人)이 바로 접니다. 한 열흘 세수 안 하고 머리 안 감아도 막 온천욕을 하고 나온 것처럼 뽀송뽀송한데 저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당신은 나를 절대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으음… 당신 같은 초인들이 세상에 또 있나요? =물론이죠. 한국만 해도 이병헌, 정우성, 장동건, 원빈, 그렇게 여러 명의 초인이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는 어디서나 오직 눈빛 하나면 충분합니다. 저희가 뭐 딱히 요란한 초능력을 쓰는 건 아니라고요. 전에 우리끼리 한번 승부를 내보려고 했는데 다들 일본으로 중국으로 초능력을 좀 쓸 일이 많아서, 1년에 한번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어요.
-제 여자친구도 요즘 당신 때문에 이상해졌어요. 제발 내 여자친구만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푸훗, 저는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괜히 힘쓰지 마세요. 자, 누가 이길까요? 수많은 나와 싸우는 널까, 너 하나와 싸우는 수많은 날까. 그건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라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