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제가 그간 센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하시는 데 사실 별로 없어요. 따져보니 악녀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돼 기뻐요."
배종옥(46)이 악녀로 변신한다.
그는 15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새 일일극 '호박꽃 순정'에서 욕망을 위해 친딸마저 버리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팜므파탈같은 여인 준선을 연기한다.
"그동안 '앞으로 어떤 역할 맡고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웬만한 것은 다 해본 것 같아 '과연 뭐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는데 이번 역을 맡고 나니 '아 내가 안 한 게 있었구나' 싶더군요. 해도 해도 안해본 역할이 있구나 신기했고, 변신을 할 수 있는 내가 복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일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배종옥은 "내 욕망만을 쫓으며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을 모른 체하는 악녀 역은 안해봤더라. 그래서 끌렸다"고 말했다.
MBC TV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에 이어 하청옥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그는 "숨겨진 내면의 인간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 믿고 출연한다"고 했다.
준선은 욕망을 위해 세 남자를 차례로 배신한다. 세살배기 딸도 버린다. 그리고 요식업계 사업가로 성공해 매스컴의 찬사를 한몸에 받는다. 진심이 뭔지 알 수 없는 여자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죠. 사실 모든 인간에게 있는 마음인데 준선은 그것을 조금 극대화한 캐릭터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바친 회사를 자기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 회사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준선이의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준선을 연기하며 팜므파탈의 전형성은 뛰어넘을 수 없겠지만 우리 드라마가 6개월 정도 나가니까 그 과정에서 시청자가 '준선에게도 저런 느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캐릭터 안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를 사로잡는 캐릭터답게 그는 극중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이날도 몸에 착 달라붙는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날씬함을 과시한 그는 "내가 화면에 얼굴이 넓적하게 나와서 뚱뚱하다고들 생각하는데 원래 좀 마른 체질이다"며 웃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배우로서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외모보다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합니다. 나이가 드니 운동을 안하면 체력이 달려서 일을 못하겠어요. 자정이 넘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거든요."
그는 "그런데 우리 드라마가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30-40시간 연속으로 한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여배우에게 30시간 이상의 촬영은 미모를 유지하기 힘들게 한다"며 웃었다.
악녀는 처음이라고 하지만 그는 그간 기가 센 역할을 많이 해왔다. 순종적인 역할도 못지 않게 해왔지만 배종옥하면 기 센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강한 역할이 이미지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실제 제가 좀 강한게 있어요. 순수하고 순종적인 역할도 많이 했는데 굳이 나라는 배우를 생각할 때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내가 강하긴 하구나' 싶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세 남자를 거느리는데 기가 세지 않으면 감당이 안됩니다.(웃음)"
최근 들어 30-40대 여배우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배종옥은 "우리 드라마가 변동기를 지나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넘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진정성이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살아온 시간이 좀 있는 배우들이 필요한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예를 들면 영화 '맘마미아'도 극중 엄마 역은 40대 초반이지만 60이 넘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어요. 또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도 젊다고 하는 주인공이 30대입니다. 뭔가 깊이 있는 이야기는 중년의 배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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