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연기의 재미를 확실하게 느꼈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졌어요. 가수와 연기 활동을 잘 병행하고 싶습니다."
박유천(24). 그의 연기자 데뷔는 짜릿했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동방신기 출신 JYJ의 믹키유천이 아니라, 연기자 박유천으로 임한 데뷔작 '성균관 스캔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는 이제 가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게 됐다. 이미 연기자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정지훈(비), 이승기에 이은 재목의 가능성이 보인다.
'성균관 스캔들' 종영 후 이틀간 몸살에 시달렸다는 그를 5일 저녁 논현동 JYJ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6개월간 길렀던 머리카락을 산뜻하게 자르고 나타난 그는 "촬영하면서 10㎏이 빠졌고, 두 차례 병원에 실려가 링거를 맞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와 법도를 지키는 의젓하고 까칠한 이선준 도령 대신 수줍음 많은 신인 연기자 박유천이 시종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긴 얘기를 풀어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 속 박유천의 모습은 독했고, 지금의 열광적인 호응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치열한 노력 덕에 나온 것임을 느끼게 했다.
--의관정제한 모습이 잘 어울렸다. 평소 한복을 입기도 하나.
▲전혀 아니다. 명절 때도 입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히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어 좋았다. 상투 틀고 한복을 입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하고 사극에 출연해야 가수로서의 내 모습과 분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첫 촬영 때 연기가 미숙하다보니 대사없이 걸어가는 신 위주로 찍었는데 '선비답다'는 말을 들어 기분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관이 잘 어울린다고 하니 연기도 그에 맞게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가 촬영장에 한번 몰래 오셨는데, 현장에서 분장한 내 모습을 보시고 딴사람 같으면서도 잘 어울려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라.
--사극 대사가 쉽지 않았을텐데. 또 대사가 무척 길었다.
▲진짜 힘들었다. 그나마 퓨전사극이니 대사를 사극톤으로 하지말라고 주문을 하던데 아무래도 사극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보니 사극톤을 계속 의식하게 되더라. 이선준이 나이도 어린데 내가 자꾸 정통사극톤으로 대사를 치려고 해 힘들었다. 대사 암기는 기본이라 생각했기에 철저하게 외우려고 했다. 드라마 초반 '후반에 가면 2시간만 재워달라고 사정하게 될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 그런 상태에 몰리게 됐지만 그럼에도 대사 NG는 안 내려고 노력했다.
--데뷔작이고 JYJ 공연과 병행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음에도 매회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병원에 두 번 실려갔다오면서 배우들이 정말 힘들게 일하는구나 느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먹기보다 잠을 자야했고, 연기에 대한 부담감에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도 없어 안 먹게 되더라. 먹으면 바로 얹혀서 대충 군것질거리로 때웠더니 10㎏이 빠졌다. 이동하면서라도 잠을 자야하는데 대사를 외워야해 그러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 공연 스케줄까지 소화해야했다. 그렇게 궁지에 몰리니까 오히려 잡생각이 안 들고 아프고 나니 더 대본에만 집중하게 되더라. 촬영장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도 대본만 눈에 들어왔다. 막판에 특히 시간에 치였는데 그래서 더욱 노력했다. 공연 때문에 며칠씩 비워야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NG 내는 거랑 내가 내는 거는 다르다고 생각했고, 미안한 마음에 웬만하면 한두번에 OK를 받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더 많이 했다. '저번 회보다 연기가 나아졌더라'는 말을 가끔 듣기는 했는데 나 스스로 그런 것을 느낄 여유는 전혀 없었다.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진짜 재미있었다. 재미는 확실히 느꼈는데 하다보니 욕심이 계속 생기더라. 아버지 역의 김갑수 선배님이 너무 멋진 연기를 보여주시고 잘 지도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소름이 돋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셨고, 덕분에 나도 기대보다 좋은 연기를 해내기도 했다. 닮고 싶은 연기자가 두 분인데 김갑수 선배님과 김윤석 선배님이다.
--저잣거리에서 동성애 고백 장면이 압권이었다.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 장면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 정신없이 찍었다. 방송이 펑크날 상황이었기 때문에 NG를 내도 바로잡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용인 민속촌이라 구경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지만, NG를 내면 연기자만 손해인 상황이니 반드시 한번에 제대로 가자 싶었다. 다행히 두번 만에 OK를 받았다. 첫번째는 너무 눈물이 많이 나와서 NG가 났다. 눈물이 절로 나와 뿌듯했다.(웃음) 평소 배우들이 도대체 어떻게 울까 너무 신기했다. 완성된 작품에는 슬픈 음악이라도 깔리지만 현장에는 음악도 없지 않나. '어떻게 저리 울까. 누가 옆에서 음악을 틀어주나' 했는데 내가 감정에 몰입하니 울게 되더라. 그 후 눈물이나 감정신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선준으로서는 언제 가장 행복했고, 배우로서는 언제 행복했나. 또 어떤 고민을 했나.
▲그 당시에는 못 느꼈는데 2일에 촬영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대본을 다시보며 돌아보니 이선준은 극초반 아버지가 성균관 입학을 축하한다고 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는 '앞으로 내가 연기를 해도 되겠구나' 싶어져 좋았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선준이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큼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인데, 내가 연기를 잘 못해서인지 제대로 다 표현되지 않은 것 같은 점이다. 초반의 까칠함과 후반의 사람다워지는 모습이 서서히 잘 섞여야 하는데 내가 미숙해서 자꾸 초반의 어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았다.
--마지막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금 더 연장했어야 했는데 급했던 건 사실이다. 솔직히 해피엔딩이 아니길 바랬다. 막판에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끝까지 슬프게 가져가서 끝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20회 대본을 받고는 이렇게 결말이 된다면 이 안에서 볼거리를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코믹한 부분이 안들어갔으면 더 아쉬웠을 것 같다.
--'믹키유천'이 누군지도 몰랐다는 30-40대 여성들이 대거 팬으로 가세했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글쎄 왜 그럴까.(웃음) 용인에서 촬영할 때 한 할머님이 '이선준'이라며 날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셨다. 가족분들이 '할머님이 이선준을 보며 되게 설레어하신다'고 말했다. 옛날이야기라서 그럴까.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나.
▲동방신기 2집 활동 후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 예전에 생각한 것을 이번에 연기하면서 느낀 건데,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푸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내지르고 다양한 캐릭터가 돼볼 수 있으니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 해보니 그렇더라. 원래 난 꾹꾹 참다가 나중에 터뜨리는데 이선준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서 좋았다. 액션신도 스트레스 푸는 데 도움이 됐다.
--가수로는 톱스타인데 이번 촬영에서 신인처럼 겸손했다며 칭찬이 많다.
▲일본에 진출할 때 다시 신인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 그때 인기가 많으나 적으나 똑같은 사람이고, 인격적으로 다른 게 아닌데 인기가 많다고 그것을 티내려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기로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인다워야했다고 생각한다.
--이선준은 조선의 미래를 고민했다. 박유천의 고민은 뭔가.
▲일단 당장은 아버님이 굉장히 많이 아프셔서 걱정된다. 병원에 계시는데 드라마 촬영하면서 많이 못 챙겨 마음이 아팠다. 그 외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진짜 우러나오는 마음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간 내가 바쁘게 지내면서 챙겨야 하는 사람인데도 못 챙겨준 게 있다면 이제 진짜 마음으로 챙겨주고 싶다. 그럼으로써 나도 건강한 사람이 될 것 같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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