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상림동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 정문에서도 10여분 동안 차를 몰고 산 중턱까지 올라가자 전투 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갑옷 차림을 하고 얼굴에는 검은 분칠을 한 배우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스펙터클 역사 코미디영화 '평양성'(감독 이준익)의 촬영장.
늦가을인 데다 산 중턱이니 매서운 바람을 피해갈 길이 없다. 두꺼운 옷을 껴입은 스태프들도, 촬영현장을 취재온 기자들도 "춥다"라는 말을 연방 중얼거린다.
영화 '평양성'은 황산벌 전투 후 8년 후 백제를 폐망으로 이끌었던 신라가 한반도 최초 삼국통일을 앞두고 고구려, 당나라와 벌이는 역사상 가장 웃기는 전쟁을 그린 역사 코미디이다.
이날 공개된 촬영분은 평양성 광장에서 문디(이광수 분) 일행이 당나라군의 창에 밀려 뒷걸음질치다가 거시기(이문식 분)와 만나 함께 대응해 싸우는 장면이다.
이문식과 이광수는 얼굴에 검게 분칠을 하고 창과 칼로 전투신을 찍었다. 격한 대결 장면이라 갑옷도 더럽고 헤져 있다.
둘 다 긴장해 얼굴이 굳어 있지만 중요한 장면인 만큼 눈빛만은 빛났다.
이 감독은 옆에서 동작과 시선을 일일이 정해주면서 상세하게 연기 지시를 했다.
이문식과 이광수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결의에 찬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촬영 20여분 만에 이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러나 촬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곧바로 '갑순'역을 맡은 선우선의 칼싸움 장면으로 이어졌고 단역 배우 수백명이 투입돼 군중 신이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은 현장 공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최근에 제작한 영화가 흥행이 아주 안 좋아 배우와 스태프에게 '이번에 망하면 상업영화 은퇴한다'고 선언하고 결사의 각오로 제작하고 있다"며 "전작 '황산벌'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가지고 있는 비장한 맛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선보이기 위해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내년 설날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잡고 역사 이야기를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의 85%를 끝낸 이 영화는 다음달 촬영을 마치고 내년 1월27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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