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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연기포기 생각할 때 김윤희 만나">
2010-11-04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제가 김윤희 역을 할 거 같았어요. 경쟁률도 높았고, 당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왠지 이 역할만큼은 제가 꼭 할 것 같았습니다."

갓, 도포를 벗어던지고 미니스커트에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린 박민영(24)이 화면 밖으로 걸어나왔다.

화제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전날 끝낸 그를 3일 만났다.

"종방연이 오늘 새벽 5시까지 이어졌고, 마지막회가 방송된 어제도 저녁 6시까지 촬영을 했던 터라 그냥 잠시 쉬는 느낌이에요. 내일 다시 촬영장에 나가야할 것 같아요.(웃음)"

지난 5개월간 남장여자 김윤희로 살아온 그는 '성균관 스캔들'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1년여 빠져있던 슬럼프에서 보기좋게 빠져나와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선상에 서게됐다.

"박민영을 김윤희에 대입해 말하자면 이제 막 성균관에 입학해 신방례를 마친 것 같아요. 향후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 잘 버티냐가 이제 숙제죠. 최종 목표는 김윤희처럼 박사가 되는 거예요. 연기의 박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무엇보다 대표작이 생겼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고, 미래의 제 딸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작품이 생겨서 기쁩니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박민영은 이 작품의 인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극중 여배우 역을 맡았던 그는 예쁜 외모로 시청자를 한눈에 사로잡았고 곧바로 '아이 엠 샘'의 주인공을 꿰찬 데 이어 '전설의 고향 - 구미호' '자명고' '런닝구'까지 나름대로 1년에 한작품씩 주인공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데뷔작 이후 더이상의 '환호'는 없었다. 너무 쉽게 단맛을 봤던 그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좌절의 시간이 이어졌다.

"데뷔작이 성공했으니 행운이었죠. 전 그게 너무나 당연한 줄 알았어요. 모든 게 다 그렇게 쉬운 줄 알았죠. 하지만 그 후 잘 안 되면서 좌절감이 밀려왔고 작년부터 올초까지는 우울증까지 왔어요. 벽에 많이 부딪혔고, 진로를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성균관 스캔들'을 만났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떠나 이 작품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출연만으로도 고맙게 여겼던 그 작품이 그에게 '재기'의 기쁨을 줬다. 그가 연기한 김윤희는 맑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용기있고 당찬 여성으로서 '성균관 스캔들 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이전까지 여성적이고 새침한 이미지로 어필해온 박민영이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간 깍쟁이 같은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그건 실제 제 성격이 아니에요. 전 윤희처럼 당돌하고 당당한 면이 많습니다. 캐스팅됐을 때 제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윤희는 학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때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윤희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갔듯, 저도 이 아이를 연기하면 같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여겼어요. 남장여자 연기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윤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윤희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박민영은 그 역할을 맡아 '사랑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덕분에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등 꽃미남 3인방에 둘러싸인 역할이었지만 여성팬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김윤희 혹은 박민영의 사랑스러움이 여성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순수하고 맑은 아이잖아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정에 굶주리기도 하고. 성균관에 들어와 처음 벗을 만나고 수업을 받게 되면서 그 아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요. 부둣가에 등불이 하나둘씩 켜지는 느낌처럼. 김윤희가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기쁨에 저도 배우로서 최대한 몰입하다보니 좋은 표정이 나온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껏 제가 가장 몰입한 역할이었습니다. 너무 하고 싶은 역할이었고 5달 동안 겨우 3일 쉬는 바쁜 스케줄 탓에 주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집중하며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윤희가 된거죠."

그는 "그럼에도 꽃미남들과 연기하니 어쩔 수 없이 안티팬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셔서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보다 안티팬이 줄어들었다"며 웃었다.

전날 마지막 컷소리에 울음을 터뜨렸다는 그는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졸 정도로 스케줄이 너무 힘들었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한마음으로 끝까지 달려왔다는 것이 기뻤다"고 말했다.

"24시간 중 23시간을 메이크업하고 있고 3일 연속 잠을 못자 다크서클이 볼 아래로까지 내려오기도 했지만 행복했습니다. 한여름에 가슴에 압박붕대를 계속 하고 있어 호흡곤란이 오기도 했고 이틀간 밥을 못먹기도 했지만 김윤희를 연기하는 게 좋았습니다. 6%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야금야금 올라 10%를 찍었을 때는 푼수처럼 촬영장을 마구 뛰어다녔어요."

그는 특히 주인공 4인방이 또래고, 모두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종방연에서 아인이와도 얘기했는데 다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서로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 좋았어요. 팀워크가 너무 좋아 상대방의 리액션신을 따줄 때도 모두 정성을 다해 연기했어요."

어려서부터 디자이너를 꿈꾸던 박민영은 중학교 2학년 때 언니와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로 조기유학을 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와 대입수능을 준비했다.

"사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 입학 원서를 접수할 때 엄마가 뜬금없이 연극영화과에 넣어보라고 하셨고 저도 '그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접수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가 점을 5번이나 보고 오셨는데 모두 제가 배우가 될 거라고 했대요.(웃음) 지금은 연기를 안 했으면 어쩔까 싶어요. 연기를 하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는 "인기 이후 찾아오는 좌절감을 겪어봤기 때문에 '성균관 스캔들'이 성공했어도 이제는 한없이 기쁘진 않다. 인기의 특성을 알기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선을 다한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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