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주양 변호사님. 오늘 어쩐 일로 보자고 하셨는지. =어이쿠 기자님. 갈수록 젊어지시네 그래.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요즘 너무 바빴어. 내가 나쁜 놈이야. (찰싹찰싹) 내가 나를 때려야지. 누가 때리겠어? 내가 죽일 놈이지.
-왜 이렇게 오버를 하고 그러세요. 오늘 다른 약속도 있는데 막무가내로 찾아오셔서 잠깐 시간 낸 거예요. =이거 왜 이러셔. 일단 여기 앉으시고. (상자를 꺼내며) 아니 이게 뭘까? 큼지막한 게 참 예쁘게 생겼네. 아이구 놀래라. 이거 시계였어? 정말 으리으리하네 그래. 자 이게 누구 손에 맞을까? 내 손에 맞을까? 아이고 이를 어째, 이놈 이거 비싼 값을 한다고 싸구려 내 손목에는 들어가질 않네그려. 그럼 어디 우리 기자님한테는 맞을까? 자 한번 넣어나 볼까. 자자 이리 손 주시고.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아악 내 눈! 내 눈! 이거 너무 눈이 부셔서 나 장님 됐어, 기자님! 어떡할 거야, 책임져 책임져. 이렇게 잘 어울리면 난 어떡해. 내가 주인인데 왜 이놈은 그쪽 손으로 들어가고 그러냔 말이지. 아이고 불쌍한 내 손~ 아이고 아까워~.
-거참 징그럽게 왜 이러십니까! 저 시계 있습니다. 10년 동안 고장 한번 안 난 시계 있다고요. =아이고 이 귀엽게 생긴 게 시계였네? 내가 요즘 통 눈이 안 좋아서. 암튼 요즘에는 휴대폰 들고 다니니까 통 시계 볼 일이 없어요. 정말 잘 어울리셔. 일단 차세요. 내가 다음에 시계 찼는지 안 찼는지 검사할 거야~.
-그건 그렇고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사실 우리 형이 영화감독인데 오랜만에 영화 하나 만들었어요. 아실지 모르겠네, 최근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성형문화에 대해 비판했던 <죽거나 혹은 예쁘거나>, 한 남자가 사랑의 힘으로 중풍을 극복한다고 하는 미스터리 멜로 <아라한 중풍대작전> 뭐 그런 거 만든 사람인데, 암튼 이번에 <부당거래>라고 배우도 좋고 연출도 좋아, 팍팍 밀어주십사 해서 말이지.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역시 기자님 호방하다 호방해. 너무 고깝게 듣지 마시고 점심시간도 됐는데 일단 나가서 식사나 하시죠. 이거 아침을 안 먹었더니 속도 쓰리고 정말 배곱부당. 어제 회식 때 너무 무리했나부당.
-그런 식으로 영화 제목 세뇌하셔도 안 넘어갑니다.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 테니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을. 제가 언제 제목 세뇌를 했다고, 거참 팍팍하시네. 이래서 남북통일이 안되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