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격변하는 가요계에서 20년간 쉼 없이 활동했으니 '가수 신승훈'으로선 성공적인 삶이었어요. 하지만 '인간 신승훈'에겐 미안해요. 이제는 '인간 신승훈'에 대한 배려도 할 겁니다. 하하."
1990년 11월 1일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국민 가수'란 칭호를 얻으며 총 누적 음반판매량 1천700만장을 기록했고 상복도 많았지만 결혼 등 개인적인 삶에는 소홀했다는 의미였다.
최근 인터뷰를 한 신승훈은 그럼에도 가수로서의 욕심을 놓지 못했다. "'20주년이나'가 아니라 '20년 밖에'"라며 "할 일이 너무 많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히딩크 감독님의 말처럼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그는 20주년을 맞아 기념 음반 '베스트 컬렉션&트리뷰트 앨범'을 데뷔일에 맞춰 발표했다. 또 '더 신승훈 쇼-마이 웨이(My Way)'라는 타이틀로 월드투어도 준비 중이다.
◇'대전 발바리'가 국민가수로
대전 은행동 카페 골목 통기타 가수 시절, 신승훈의 별명은 '발바리'였다. 기타 하나를 메고 여섯군데 카페를 전전하느라 '발바리'처럼 뛰어다녔다. 그 시절 양희은, 송창식부터 이문섭, 변진섭 노래까지가 그의 레퍼토리였다. 조덕배, 김현식 등의 모창도 지겹도록 했다. 미성의 가창력 덕택에 팬레터만 하루 7천통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TV 속 가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단지 유재하 1집에 '작사ㆍ작곡 유재하'라고 적힌 게 멋있어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이 데모 곡들이 음반관계자들의 인정을 받았고 유재하의 기일에 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발표했다.
신승훈은 "LP로 제작된 1집을 처음 받았을 때 그걸 들고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때를 잊을 수 없다.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1집 판매량 158만장을 시작으로 5집은 247만장이 팔리는 등 7장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당시 한 집에 10대 딸, 40대 어머니, 60대 할머니까지 3대가 그의 팬이었다. 그리고 그에겐 '국민 가수'란 칭호가 붙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그의 음악은 때론 '늘 똑같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데뷔 시절 점을 찍어 선과 획을 그리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어요. 제 색깔을 가지려 한 것인데 점을 찍을 때마다 변화가 없다고 여기셨나 봐요. 좋게 말해 '한결같다', 나쁘게 말해 '안주한다'는 말을 들었죠. 지금껏 하나의 붓만 들고 제 음악을 색칠했지만 이제 제 색깔을 보여줬으니 다른 붓을 들 차례입니다."
신승훈은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고마웠던 분들도 나열했다. 그중 조용필, 김현식, 유재하 등의 선배는 그의 동경의 대상이자 멘토였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이 길을 걸어왔다고도 했다.
"조용필 선배님이 신인이던 제게 라이벌을 물어보셨어요. 당시 전 윤상, 심신 씨와 '트로이카'로 불렸는데 그들이라고 말했더니 '넌 왜 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 안하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때 저의 마음이 확 열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0년 8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열린 10주년 기념 공연 때다. 환호하는 팬들을 보여 이들에 대한 사랑을 갚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후 그는 TV를 멀리하고 공연 무대에만 주로 올랐다.
그는 "어쩌면 이게 독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팬들에 대한 보답은 했지만 집에서 TV를 보며 저를 좋아했던 분들에게 멀어진 것 같다. 옆집 오빠 이미지가 퇴색됐다. 20주년 활동 때는 토크쇼, 음악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출연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마음 변화시킨 20주년 음반
신승훈은 20주년 음반을 준비하며 젊은날의 자신과 대면했다. 20년간 발표한 노래를 데뷔곡부터 차례로 녹음하며 감성이 넘쳐났던 과거의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녹음하는데 후배가 '몇살 때 가사를 썼냐'고 묻더군요. 다시 가사를 음미하니 20대의 제가 어떻게 그런 감성의 가사를 썼는지 정말 조숙했더라고요. 또 '그후로 오랫동안'을 가장 잘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으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곡에 니가 있을 뿐'을 관조적으로 잘 불렀더라고요."
음반은 신곡 1곡과 새로이 편곡해 부른 히트곡 등 13곡, 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른 7곡이 총 2장의 CD에 각각 담겼다. 그의 20주년에 박수를 보내는 축하 사절단이 대거 참여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신곡인 뉴에이지 발라드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 절친인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가잖아'를 연주했다.
또 클래지콰이가 '엄마야', 다비치가 '두번 헤어지는 일', 싸이가 '비상(飛上)', 나비ㆍ알리ㆍ탐탐이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등을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새로 불렀다.
그는 처음 시도한 후배들과의 작업을 통해 마음의 큰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다비치를 통해 제 노래가 여자에게 어울린단 사실을 알았어요. 또 후배들과의 교류를 통해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음악인들도 생겼고요. 앞으로는 작곡 및 프로듀서 활동도 많이 하려고요. 신인 발굴도 할겁니다."
그는 이 음반이 다음 20년을 위해 중요한 음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향후 선보일 11집은 '다시 쓰기 1집'이 될 것이라고 변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국내외 팬 감사 전할 월드투어
그는 20주년을 맞아 2003년부터 시작한 자신의 공연 브랜드인 '더 신승훈 쇼'를 들고 국내외 팬들을 찾아간다. '마이 웨이'란 부제를 붙여 27-28일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을 시작으로 내년 6월까지 국내 11개 도시와 해외를 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키아 시어터와 뉴저지 퍼포밍아트센터,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스포츠센터를 비롯해 일본, 중국을 돈 후 대미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5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꾸민다.
그는 "'마이 웨이'가 투어 제목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의미있는 순간 부르려고 아껴둔 소중한 곡인데 20년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에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히트곡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는 뮤지컬 형식으로 꾸미며, 15년간 게스트 없이 공연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음악인들이 참여해 풍성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슈퍼스타 K 2' 출연진과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공연을 함께 한 그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도 보냈다.
"시청자들이 데뷔도 안 한 젊은이가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는데 감동받았어요. 기타 판매량도 늘었다더군요. 청소년들이 뭘 보고 느껴야 하는지 보여준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어 그는 "나도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사준 기타를 잡으며 가수가 됐다"며 "기타를 잡으면 곡을 쓰는 역량을 갖게 된다. 곧 포크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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