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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
2001-12-27

서부극에 바치는 진혼곡

Searchers I 1956년 I 감독 존 포드 출연 존 웨인

12월30일(일) 낮 2시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는 한마디로, 걸작이다. 다른 수식어를 달기란 불가능하다. <수색자>가 영화사적으로 끼친 영향은 쉽게 측량하기 힘든데 미국 영화학자들은 <수색자>에서 이후 할리우드 장르의 ‘원형’을 발견하곤 한다. <수색자>의 그림자는 SF에서 액션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는 의미다.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1970년대 미국의 영화학교 세대, 다시 말해서 마틴 스코시즈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은 한때 <수색자>의 열렬한 숭배자임을 선뜻 고백한 바 있다.

스코시즈 감독은 <수색자>를 일년에 적어도 한번 감상한다는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집착>에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스티븐 스필버그의 <클로스 인카운터> 등은 존 포드의 이 낡고 오래된 서부극 한편으로부터 영감을 얻었거나 간접적인 영향권 내에 머무른 작업이고, 그만큼 영화는 197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 둥지를 튼 감독들에게 ‘교과서’로 통용되었다. <수색자>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작업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의 깊은 의미망과 역사적 가치는 묵직하고 현재진행형이다.

<수색자>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남북전쟁으로 집을 떠나 있던 이산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행복은 금세 끝난다. 동생의 가족들이 인디언에게 살해당하고 조카가 유괴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 그는 동생 가족을 몰살한 인디언의 행방을 뒤쫓고, 내내 복수를 다짐한다. 꿈에도 그리던 조카와 재회하게 되지만 막상 이산과 재회한 조카는 백인이라기보다 인디언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 이산은 조카에게마저 총을 겨눈다.

<수색자>에서 존 웨인이 연기한 서부의 사나이 이산은 더이상 ‘정상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는 동생의 부인이 된 여성을 한때 사랑했으며 인디언들만큼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다. 서부극 영화에서 인디언이 보이곤 했던 행동, 즉 사체를 훼손하고 총을 난사하는 등 광기어린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다. 여느 서부극, 심지어는 존 포드 감독이 이전에 만든 인물들에 비해 철저하게 반영웅적 캐릭터인 셈이다.

붕괴된 가족의 복구라는 미국적인 주제, 모뉴먼트 밸리라는 서부극의 앞마당 같은 신화적 공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성적 콤플렉스의 암시까지 가세한 <수색자>는 한편의 거대한 기호체계로서 성을 쌓는다.

영화 처음과 끝장면이 수미쌍관의 구조를 취한 점도 자주 거론되는 것. 이산이라는 캐릭터는 야성으로부터 문명으로 귀환하지만 결말에선 다시 끝없는 방랑을 떠나게 된다. 술에 취한 듯, 혹은 절반 정도 실성한 듯 비틀거리면서 화면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가는 존 웨인의 모습은 많은 후배 감독들이 인용한 명장면이다.

존 포드 감독은 <수색자>를 단순한 수정주의 서부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부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바치는 구슬픈 진혼곡으로 만들어냈다. “존 포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서부극 감독일 뿐 아니라 이 장르에 깊이와 복합성을 불어넣은 인물”이라는 어느 평자의 말은, <수색자>를 본 뒤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sozin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