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 <영화는 영화다> 현장편집으로 일했다. 주연 배우였던 소지섭씨와 함께.
편집실 조수가 점심시간을 알리며 노크했을 때는 한참 문근영이 인기 아이돌 걸그룹의 리더로 나오는 영화를 편집하던 중이었다.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편집하다보면 나도 신나고 재밌어서 밥 먹는 것도 똥 싸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몇주 전부터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끊고 연잎차를 마신다. 그래서 식사 뒤 커피를 부르는 고기나 매운 음식과도 멀어졌다.두달 전에 채용한 조수의 인턴기간이 끝나서 정식 채용을 했다. 담배만 좀 끊으면 함께 지내기가 더 좋을 텐데, 그래도 똑똑하고 성실해서 뭐든 금방 배우는 친구라 든든하다. 이 친구 때문에 고용보험을 가입하려 했더니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보다 네이뇽 지식inn이 더 친절한 것 같다. 오후엔 감독이 와서 문제의 엔딩신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고쳤던 건 안 고친 것만 못했는데, 편집을 바꿨다가 더 나빠졌다고 해서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 그전 편집본이 뭐가 좋고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게 됐으니까. 두 시간짜리 영화로 관객을 중간에 한번 울게 하고 끝에 한번 울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식사를 거의 끝냈을 때, PD한테 전화가 왔다. 약속 시각을 조금 남겨두고 오는 전화는 대개 나쁜 소식이다. 감독이 자전거 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오늘 편집실에 못 온다고 한다. 어이쿠. 오후 미팅은 취소다. 오늘은 그냥 일찍 퇴근해서 남편이랑 애견 '명바기'를 데리고 강변 산책이나 나가야겠다. 그런데 여기까지 전부 뻥이었다. 모두 거짓말. 희망사항이었다.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