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품은 그 브랜드의 가치만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패션쪽에서는,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명품은 브랜드 따위가 간섭할 부분이 아니다(뱅앤옵슨의 오디오기기들을 하이파이 마니아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 명품 자격 조건은 지극히 간단하다. 바로 ‘성능’. 물론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가 분명히 있겠지만 아무리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고 해도 기존 제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어버리면 그 제품 자체가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명품이 된다. 이렇게 디지털 세계의 하이엔드, 럭셔리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디지털 기기 브랜드에서 자사를 대표하는 제품을 말하는 최고의 찬사이자 브랜드의 자존심이 플래그십이다. 물론 헤드폰 분야에서도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만큼 다양한 플래그십이 있다. 하지만 오늘 만날 제품은 포터블 헤드폰이라는 카테고리 내의 플래그십 제품이다. 바로 울트라손의 에디션8(ultrasone edition8). 에디션8는 울트라손 포터블 라인업에서 최고급 모델(포터블이 아닌 상위버젼으로는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궁극의 에디션10이 있다). 에디션8은 고가의 헤드폰이 대부분 그렇듯 해상력이 강조되어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공간감과 너무 과하지 않은 단단한 저음. 우리가 생각하는 하이파이다운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헤드폰 앰프와 에이징을 통한 원숙한 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에디션8을 평가하는 데 소리도 중요하겠지만 에디션8은 소리 이상의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직접 공구를 사용해 일일이 깎은 것 같은 알루미늄 유닛지지대, 난생처음 들어보는 에티오피아 양가죽으로 만든 헤어패드와 이어패드의 질감은 피부 좋다는 여성조차 두손 들 지경이다. 백금류인 팔라듐(Palladium) 에디션의 경우, 유닛의 표면이 팔라듐으로 코팅되어 보석류 부럽지 않은 헤드폰이 되었고 3.5mm 잭에 금도금 정도는 이제 우스운 수준. 무엇보다 에디션8는 인건비 비싸기로 유명한 독일 장인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헤드폰이다. 굳이 소리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외형만으로도 포터블 헤드폰의 최종형이라 할 수 있다. 오픈 프라이스 제품이긴 하지만 소비자가에 근접한 가격은 200만원 초반대. 재미있는 것은 대중의 시각으로 보면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이 헤드폰이 생각보다 많이 팔렸고 계속 팔리고 있다는 것. 여성의 핸드백에 대한 사랑 나무랄 것 못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