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하는 게임이 있었다. ‘맛만 보려 했는데 밤을 샜어요’라든가 ‘정신차려보니 새벽이군요’ 정도는 애교 수준. ‘간디가 싫어요’라는 뜬금없는 간디에 대한 성토에서부터 ‘6시에 시작해서 정신차려보니 7시기에 안심했는데 13시간이 지난 뒤더군요’라는 믿기 힘든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바로 게임 <문명5>에 대한 경험담이다. 사실 이 게임을 소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아직 이 게임을 모르고 있다면 건전하게 잘 살고 있을 사람들, 그러나 이 글로 말미암아 <문명>을 접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컬쳐 쇼크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기에 이런 이슈를 몰고다니는 것일까?
<문명>은 문명의 발생에서부터 시작해서 현대,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전통적인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시작된 게임으로 개발자인 시드 마이어의 추종자까지 생길 정도로 꽤 마니아가 많은 게임이다. 시리즈 중에서 히트하기도 했던 이전의 <문명>은 시뮬레이션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시리즈의 경우 문명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소 불친절한 게임으로 크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편리해진 인터페이스와 화려해진 그래픽으로 새롭게 변신한 <문명5>는 이전 시리즈에서 빈약했던 대중성을 갖춘 게임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전설 같은 <문명>에 대한 경험담은 이미 기존 시리즈들도 가지고 있던 것. 하지만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중독될 만한 여지를 주는 것은 <문명5>에 이르러서이다.
이런 <문명5>의 중독성은 바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충족감에서 비롯된다. 특히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여 군사력을 증강, 외교를 통한 압력의 행사에서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세계 문명의 흥망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글화돼 더욱 쉽게 게임 진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MOD 중에서는 고구려모드(도시국가에 머무르는 서울의 위신은 실망이었다)의 적용으로 고구려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당신이 증오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잠시 세상일을 잊고 일탈을 꿈꾼다면 <문명5>를 권장한다. 그러나 시험이나 중대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면 절대 이 게임을 손대지 말 것을 권장한다. 혹여 <문명5>로 부족하다면 <알파센타우리>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 대해서도 알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