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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Tender≫

캐스커 / 파스텔뮤직 발매

이융진의 보컬은 감정의 몰입이나 과잉없이 안락하게 흐르고 전자음과 현악, 혹은 건반이 뒤섞인 사운드는 낯익은 멜로디 안에서 탁구공처럼 통통 튀어오른다. 이런 효과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전자음과 (상대적으로) 따뜻한 여성 보컬의 조합으로 발생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홍보문구에 적힌 대로, 캐스커의 전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스타일은 2000년 초반에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일본의 감상적 일렉트로닉 팝의 영향권 아래에 있지만 어쨌든 이걸 국내에서 자신의 것으로 정립시킨 게 캐스커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정서는 다분히 도시적이다.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사운드, 건조하게 반복되는 비트 위로 쏟아지는 아련한 효과음과 소음들로부터 줄지어 선 건물과 도로와 가로등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요컨대 캐스커는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정서를 차가운 전자음과 상냥한 멜로디에 담는다. 시속 60km 정도의 속도로 내달리는 <안녕>이 도시의 아침을 여는 사운드트랙이라면 비슷한 속도감의 <야간비행>은 밤의 사운드트랙이다. 한없이 감상적인 <I Love You>도 추천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