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배우 임창정과 엄지원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다. 빚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밑거름 삼아 두 남녀의 얽히고설킨 연애방정식을 쉽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임청정이 엮어내는 코미디가 제대로다. '불량 남녀'는 108분간 별생각 없이 웃다가 극장 밖을 나가게 해 주는 상업영화다.
강력계 형사 방극현(임창정)은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전화벨 소리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뿐더러 잡을 뻔한 범인을 놓치기까지 한다.
"내가 이 여자를 죽이고 사형을 받아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가 난 그는 전화벨의 주인공인 김무령(엄지원)에게 결국 막말을 퍼붓고, 한 성질 하는 무령은 분에 못 이겨 극현이 일하는 경찰서로 향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대면하게 된 극현과 무령.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고, 더구나 예의를 갖추는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극현과 무령은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임창정은 찌질한 남성 캐릭터를 맛깔 나게 소화하는 남자 배우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그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임창정의 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항상 그렇듯 폼나지 않게 헐레벌떡 뛴다. 범인과의 교전에서도 액션의 합 같은 건 없다. 막싸움이다. 그나마도 엄청나게 터진 후 우연히 범인을 잡는다.
특히나 웃음보가 터지는 건 그의 애드리브다. 양치질하다가 헛구역질하면서 "이거 병 있는 거 아니야?"라고 천연덕스럽게 독백하거나 무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간의 이벤트(?)를 준비한 후 "XX 카리스마 있어"라고 말할 때는 웃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간 과한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엄지원도 임창정과 찰떡 호흡을 맞췄다. 약간 정신 나간 듯한 모습으로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대사, 그리고 막무가내의 몸짓은 임창정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쇳소리처럼 날카로운 그의 고음은 귀를 거슬리게 할 수도 있다.
모질지 못한 형사와 남모를 아픈 사연을 간직한 여성과의 조건 없는 사랑은 관객의 마음을 약간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측면은 있다. 무령이 형사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범인을 잡는 장면도 그렇고, 끝으로 치달을수록 닭살 돋는 대사와 주인공들의 사랑을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들러리로 나서는 장면은 요즘 영화치고는 무척이나 촌스럽다. 기승전결도 깔끔하지는 못한 편이다.
1995년 '금홍아 금홍아'의 조연출로 영화계에 데뷔한 신근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11월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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