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글로벌 시대, 변방의 전화소리
<아웃소스드> Outsourced | 출연 벤 라파포트, 아니샤 나가라잔, 디드리히 베이더, 리즈완 만지 / 채널 <NBC>
“돌아갈 곳이 없어요, 여기서 성공해야만 한다고요!” 비장한 이 선언은 캔자스에서 뭄바이로 근무지를 옮긴 ‘중미엽기쇼핑몰’의 콜센터 매니저 토드(벤 라파포트)의 대사다. 저렴한 통화요금과 임금을 내세운 인도가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 기지로 각광받은지도 어느덧 10년.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근무지를 옮겨버린 사장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학자금 대출이 4만달러”가 남은 그는 군소리없이 뭄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겉과 속이 다른 현지 부매니저 라지브를 비롯해 한번 입을 열면 다물 줄을 모르는 굽타, 카스트의 가장 하층민이라서 제대로 말하지도 웃지도 못하는 마두리, 통신판매 대신 폰섹스를 하는 맨미트(이름이 ‘인육’이라서 코미디의 소재가 됨)까지, B급만 모아놓은 직원들을 데리고 벤이 금의환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하지만 <아웃소스드>의 의도는 충분히 들여다보인다. 뭄바이라는 허브 도시에서 여러 문화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웃음으로 이용하되, 쇼가 일단 정점에 오르면 글로벌 경영시대의 소비주의, 문화사대주의 등 영리한 소재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을 것. ‘중미엽기쇼핑몰’의 소품들만으로도 명절 단골 TV프로그램인 <퍼니스트 홈비디오>의 효과를 내고 있으니 각오하시라.
Up <오피스>의 총괄프로듀서 켄 콰피스가 뭄바이로 사무실을 옮긴 격. 재미는 보장됐다. Down 재료와 레시피는 좋은데 조리시간이 길다. 제대로 웃길 때까지 시간 좀 걸릴 듯.
6.철없는 미혼부의 대책없는 육아일기
<레이징 호프> Raising Hope | 출연 루카스 네프, 마사 플림턴, 개럿 딜라헌트, 섀넌 우드워드 / 채널 <FOX>
‘풍선껌맛’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집에 돌아오던 23살 백수 혹은 수영장 청소부 지미(루카스 네프)는 차도에 뛰어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묘령의 여인과 눈이 맞아 화끈한 밤을 불사른다. 하지만 청순하고 아름답던 그녀의 정체는 공개수배 중인 연쇄살인범. 텔레비전으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기지를 발휘한 엄마(마사 플림프턴) 덕분에 ‘엽기적인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전기의자에 앉히지만, 화끈했던 그 하룻밤은 임신으로 이어지고 지미는 졸지에 미혼부가 되어 갓 태어난 딸 호프를 키우게 된다. 하지만 15살에 지미를 낳은 뒤 3분요리로 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온 엄마와 지미가 청소해놓은 수영장에 낙엽을 도로 날리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아빠(개럿 딜라헌트)가 육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스케일로 따지면 유랑악단의 즉흥연주 같은 코미디 <레이징 호프>는 한없이 대책없지만 또 그만큼 낙천적이고, 가난하고 냉소적이지만 마음속은 풍요로운 한 가족의 좌충우돌 육아일기를 그려낸다. 단 한대의 카메라로 액션과 반응숏만을 이용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놀랍다. 물론, <레이징 호프>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당연히 ‘호프’ 때문이다. 호프가 자라면서, 이 가족에게 희망(Hope)도 자라날지 지켜볼 일이다.
Up 루저들만 모아서 육아 미션을 던져준 리얼리티쇼를 보는 기분, 죄책감 만점의 스릴이 넘친다. Down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은 많은데 유명한 캐릭터는 없음. 진지한 제목도 코미디로서는 살짝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