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를 보면 단번에 이 사람이 이렇게 나이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에릭 클랩튼의 19번째 스튜디오 앨범 <<Clapton>>의 솔직한 첫인상이다. 첫 트랙인 <Traveling Alone>을 비롯해 <Rocking Chair> <Autumn Leaves>에 이르기까지 이 앨범은 블루스 고전과 스탠더드 재즈, 올드 팝의 리메이크로 가득하다. 기타 톤은 더없이 안정적이고 보컬에도 관록과 우수가 흘러넘친다. 오케이, 여기서 이 앨범의 키포인트는 관록과 우수다. 이 감상을 실제로 설명하거나 말로 납득시키긴 어렵지만, 동시에 그것은 에릭 클랩튼에게 수용자들이 이미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이 앨범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J. J. 케일, 셰릴 크로, 윈튼 마살리스(트럼펫), 알렌 투세인트(피아노)가 어우러지는 블루스 기반의 사운드는 굳이 원곡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개성적이다.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어떤 순간의 배경음악- 애인과의 저녁식사라든지 을씨년스러운 하늘 밑의 산책길이라든지 혹은 심야의 독서 시간에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의 감상을 방해하긴커녕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