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뷜레 베르게만, From the series,
11월28일까지/서울대학교 미술관/02-880-9504
목적이 사라져버린 동상만큼 공허한 존재가 있을까. 독일의 조각가 루드비히 엥겔하르트는 1986년 사회주의가 지배하던 동베를린의 마르크스-엥겔스 광장에 세울 동상을 제작했다. 정치적 요구에 의해 예술가로서의 신념도 접은 채 만들었던 그 동상은 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독일의 여류 사진작가 지뷜레 베르게만은 엥겔하르트의 동상 작업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형 제작부터 동상 설치까지 베르게만의 카메라에 담긴 장면들은 ‘우상의 허상’을 은유적으로 폭로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메시지와 관점을 사진에 투영해온 지뷜레 베르게만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일 이전 구동독의 모습을 조명한 사진들을 주목해서 보길 권한다. 야하거나 천생 여자였던 당시의 패션 모델 사진과 달리 당당한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1970년대의 독일 여성을 담은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