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샘터파랑새극장 2관/출연 홍성덕, 이용환/02-747-2070
우리의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첫 단독 주연으로 선택한 영화 <우먼 인 블랙>(The Woman in Black). 그 원작을 무대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영국 작가 수잔 힐의 소설이 원작인 연극 <우먼인블랙-J>는 공포심리극이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년의 아서 킵스가 그 기억을 연극을 통해 떨쳐내려 한다. 그는 한 지방 극장의 조연출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푸닥거리를 벌이는 셈이다. 조연출이 젊은 시절의 킵스를, 킵스 자신은 과거 자신이 만났던 인물들(심지어 동물까지)을 연기한다. 둘은 킵스가 경험했던, 악몽의 기억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으스스한 늪지와 기습적인 안개, 흐느끼는 바람소리. 그 속의 ‘나인 라이브 코스웨이’에 위치한 엘 마쉬 저택. 젊고 패기있는 변호사 킵스는 그 저택의 유일한 거주자였으나 최근 사망한 드라블로 부인의 장례식 참석과 서류정리를 위해 파견된다. 장례식에서 킵스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보게 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지, 왜 거기에 있는지 마을 사람들은 모두 대답을 회피한다.
이야기는 극적 장치 속에서 힘을 얻는다. 이 작품은 최소의 소품, 의상 그리고 약간의 조명과 음향효과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이 단출한 무대 장치는 오히려 공포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오싹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무 마룻바닥 틈새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안개, 삐걱거리는 계단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배경에 펼쳐지는 나뭇길과 숲, 바닥에 떨어지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저택의 차가운 창살 그림자, 칠흑 같이 어두운 저택. 이들을 묘사하는 조명과 음향효과는 일품이다. 노련한 배우들의 가쁜 호흡을 따라가다보면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공포감은 고조된다. 순간 킵스가 그토록 떨쳐버리려 했던 악몽 같은 경험이 극중 연출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염된다. 마치 귀신의 집에 두 시간 감금된 느낌이다. 내년 개봉예정인 영화 <우먼 인 블랙>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상상력이 뛰어나면서 공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